소설가는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인 것 같다.
주인공이라든지 등장 인물 각각의 입장에서 느낄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소설은 쓸 수가 없을 것이다.
아빠로부터 새엄마를 처음 소개 받게 된 중2 남학생이 느끼는 감정은 어떤 것일까?
미국에서 1년째 힘들게 유학 중인데 한국에 있는 남자친구로부터 카톡으로 이별 통보를 받은 20대 중반 여자의 감정은 어떤 것일까?
이런 것에 대한 질문을 얻으려면 당사자 입장이 돼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김연수는 그 사람 입장을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만 있다고 얘기한다.
이해할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태도가 공감 아닐지.
근데 이런 공감적 태도가 성립하려면 상상력이 풍부해야 하는 것 같다.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도 경험한 것처럼 느끼려면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 상상력에 보탬이 되는 단어가 김연수에 의하면 "왜"와 "어떻게"다.
왜 이 사람은 이렇게 됐을까.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이 사람의 감정은 어떤 것일까.
이 감정은 왜 다른 행동이 아닌 바로 그 행동을 야기했던 걸까.
[임상심리학자가 많이 던지는(혹은 던져야 하지만 로딩 등의 여러 핑계를 대며 안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이런 질문의 반복으로 디테일을 만들어 나가면 캐릭터가 완성된다고 보는 것 같다.(물론 여러 다른 설명이 있었지만 생략하고 내 기억에 남은 것만 적는다.)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상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불확실하고 모호한 것에 대한 근본적인 두려움이 누구에게나 조금씩은 있게 마련이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누구나 소설가처럼 공감적인 태도의 근원이 되는 풍부한 상상력과 모호함에 대한 인내력을 지녔다면 소설가가 설 자리가 사라지겠지. ㅎ
김연수의 공감 능력이 한없이 부럽다.
* 이 책 잼있음. 누구나 편하게 볼 수 있음.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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