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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7

우주비행사의 지구생활 안내서에서 발췌 우주비행에서 '자세'는 방향성을 가리킨다. 태양과 지구 또는 다른 우주선의 위치와 견주어 나의 우주선을 어디로 향하도록 할지를 가리키는 말이다. 자세를 제어하지 못하면 두 가지 일이 생긴다. 우주선이 공중제비를 돌기 시작하면서 승무원들이 정위치를 벗어나고, 우주선 또한 올바른 경로를 이탈한다. 시간이나 연료가 부족할 경우, 이로 인해 생사가 갈릴 수 있다. (중략) 궁극적으로 내가 바라던 경력상의 목표에 이르렀는지 아닌지를 판가름하는 것은 내가 아니다. 세상에는 내가 제어할 수 없는 변수가 수두룩하다. 하지만 단 한 가지는 내가 제어할 수 있다. 바로,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의 자세다. 자세를 통해서만 든든함과 안정감을 느끼며, 옳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고 확신활 수 있다. 따라서 나는 의식적으로 자세를 .. 2018. 4. 20.
나들이 집 근처 공원으로 봄맞이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벚꽃이 아직 만개해 있더군요.이제 9.6kg 정도 되는 딸래미를 아기띠에 하루 종일 메고 있었습니다. 딸이 엄마 껌딱지인데, 몸은 힘들었지만 딸과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시간이 됐습니다. ㅎ 평소에는 딸이 저를 별로 거들떠보지 않는 느낌이 들 때가 많은데, 하루 붙어 있었다고 제게 많이 엥기네요. 살짝 몸살도 나고 여러모로 저질 체력 인증했지만 만족스럽습니다. 육아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데, 쉽지 않네요. 아내에게 핀잔 들을 때가 많습니다. 살림과 육아는 공동이라는데, 제 몸은 왜 집에만 가면 눕고 싶은지.. ㅜㅜ 저질 체력인 것을 아내가 알고, 그래서 많이 봐줍니다. 다행이라면 다행일까요. 2018. 4. 16.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서 발췌 질병을 처음으로 병력이라는 맥락에서 바라본 사람은 히포크라테스였다. 그는 질병에 일정한 경로가 있어서 첫 징후에 이어 위기가 오고 그 다음에는 다행스러운 결말 혹은 치명적인 결말이 따른다고 보았다. 이렇게 해서 그는 '병력' 즉 질병의 자연사에 대한 기술이라는 개념을 내놓을 수 있었다. 이러한 이야기 혹은 역사는 자연사의 한 형태이다. 그러나 병력은 개인에 대해 그리고 그 개인의 '역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병력은 질병에 걸렸지만 그것을 이기려고 싸우는 당사자 그리고 그가 그 과정에서 겪는 경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전해주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좁은 의미의 '병력' 속에는 주체가 없다. 오늘날의 임상 보고에는 주체가 '삼염색체백색증에 걸린 21세 여성'과 같은 피상적인 문.. 2018. 4. 10.
[팟캐스트] 임상심리 슬쩍 들춰보기 http://www.podbbang.com/ch/12911 임상심리학을 전공하는 석사생들이 주축이 되어 진행되는 팟캐스트입니다. 작년 9월이 마지막이었던 것을 보면 지금은 다들 논문 쓰고 졸업했으려나요? 1화와 2화를 들어봤는데, 재미있습니다. ㅎ 저는 이동진의 빨간책방 애청자인데 임상심리 슬쩍 들춰보기도 정주행 중입니다. 임상심리 대학원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들으면 유익할 수 있겠고, 어떤 주제에 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임상심리전문가가 들어도 좋은 내용들입니다. 임상심리학이 뭘 하는 학문인지에 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고요. 공부하기도 바빴을 텐데 학문에 대한 열정이 참 멋지네요. 전문가가 되어 임상심리 파헤치기로 다시 돌아와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ㅎ 2018. 4. 9.
아픈 몸을 산다는 것에 대하여 1 아픈 몸을 산다는 것에 대하여 『아픈 몸을 살다』는 저자인 아서 프랭크가 심장질환과 암을 진단 받으며 경험하게 된 삶의 변화를 담고 있습니다. 단순히 에세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라는 더 큰 맥락 안에서 중병을 지닌 환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고르게 된 이유는 저 또한 그런 중병을 경험한 적이 두 번 있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병은 비교적 과거형으로 남았지만 두 번째 병은 여전히 현재진행중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픈 몸을 살다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이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고 얼마 안 가 이 책을 읽게 됐습니다. 책을 다 읽은 직후 드는 생각은, 이 책은 저자의 경험일 뿐만 아니라 저의 경험이기도 하다는 점입니다. 그만큼 저자의 경험을 읽는.. 2018. 4. 6.
아픈 몸을 산다는 것에 대하여 2 4개월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기간인데,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삶 전반을 수정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돈만 밝히는 비윤리적인 의사도 만나고 통증으로 개고생도 하는 과정에서 저는 통증을 제 삶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통증을 부정할 수는 없고 통증을 유발하는 병이 완치되는 것이 아니라면 그것을 제 삶으로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환자로서 살며 균열되는 시간들을 봉합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저라는 사람이 살아온 시간을 돌아봐야 했습니다. 4개월이 제게는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시간이었습니다. 당시에 제가 썼거나 책을 읽고 발췌했던 대목들을 좀 가져옵니다. 출처 표시가 없는 부분은 제 글입니다. "죽음 앞에선 돈이 많든 적든, 결혼을 했든 안 했든, 직장이.. 2018. 4. 6.
축어록 간만에 축어록을 풀어봅니다. 다음 주에 수퍼비전이 있거든요. 발음이 불분명하고 말의 조리가 부족한 청소년 내담자라 축어록 푸는데 여섯 시간 가량 걸렸네요. 현재 수련 중인 기관은 하반기에는 그만 할 생각입니다. 대학원 시절에 여기서 수련 받다가 그만 둔 대학원 동기가, 여기 간다고 했을 때 말렸습니다. 딱 뭐가 별로라고 얘기하긴 어렵지만.. 워낙에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여러모로 좀 별로라는 식으로 얘기했습니다.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들을 알게 되는 것 자체는 좋습니다. 40~50대 어른들이 배움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것을 보면 저도 동기부여가 많이 되거든요. 제 나이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삶의 소소한 지혜랄까, 그런 것도 종종 얻게 되고요. 하지만 말을 들을 걸 그랬네요. 심.. 2018.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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