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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일상

겸손

by 오송인 2019.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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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크게 아프거나 내 맘대로 육아가 되지 않을 때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삶의 이런 풍파는 인간을 겸손하게 만드는데, 여성은 생리와 출산, 육아 등을 통해 남성보다 먼저 겸손을 체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겠지만 이런 경향성이 분명 존재한다. 전능한 자기 통제로부터 벗어나 자기 고통을 거울 삼아 다른 사람의 고통을 헤아릴 수 있다는 것은 성숙한 인간이 지닌 특성 중 하나다.

 

선풍기에 손을 넣으려는 아이에게 필요 이상으로 화를 낸 것 같다. 내 공포와 무능감을 그런 식으로 죄없는 아이에게 전가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죄가 있다면 커버를 씌우지 않은 내 죄. 담부터는 그러지 말라며 머쓱하게 아이 머리를 쓰다듬는다. 이상적인 부모상이란 게 누구에게나 있을 텐데 이상과 현실 육아의 괴리를 느끼며 겸손을 온몸으로 배운다. 심리학 배웠어도 내 새끼는 어떻게 안 되더라. 부모로서 느끼는 무능감과 좌절감이 심리평가 대상이 되는 부모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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