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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서평

나는 내가 아픈 줄도 모르고 / 가토 다이조

by 오송인 2019.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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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스스로의 주제 파악을 잘 하라'입니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처지에 놓여 있는지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은 삶에서 얻는 만족감이 다릅니다.


불우한 가정 환경에서 자라온 사람과 유복한 가정 환경에서 자라온 사람은 출발선이 다릅니다. 그 격차를 좁히는 것은 사회구조적인 문제이니 논외로 한다면, 개인 내 차원에서는 출발선이 다르다는 것을 일단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주어진 것에 체념하라는 얘기가 아니라 출발선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한 상태에서 어떻게 하면 그 격차를 좁힐 수 있을지 궁리하는 것이 불평불만만 내뱉는 것보다 낫다는 말입니다.


이와 비슷하게, 모든 조건이 비슷하다고 할 때 빚이 1억이 있는 사람은 빚이 없는 사람과는 천지차이입니다. 인간은 이런 물질적인 차이에는 민감하여 빚이 1억인 사람은 빚이 없는 사람과 행동을 달리하기 쉽습니다(물론 빚이 1억이어도 제멋대로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요..;). 자신의 처지를 알고 빚을 빨리 갚기 위해서 노력하기 쉽겠죠.


하지만 불우한 가정 환경에서 심리적인 문제를 지닌 부모 밑에서 자란 사람은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과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어렵습니다. 심리적인 문제는 행동으로 드러나게 마련이지만, 그렇게 명백하게 드러나는 문제를 본인은 모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신이 심리적인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어렵고, 누가 그 가능성을 말하더라도 당사자는 받아들이기 어려워 하는 가운데 심리적 문제를 지니지 않은 사람처럼 행동하려는 데서 모든 불행이 시작됩니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이런 사람이 '신경증'을 지닌 사람이고 "오만"한 사람입니다.


물론 저자는 신경증과 오만함을 지니게 된 것이 전적으로 그 사람 탓은 아니라고 봅니다. 누구나 그런 환경에서 자랐다면 신경증을 지닐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라고 본다는 점에서 정신분석적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상태를 알려하지 않고 현재 발생하는 문제들을 외면하는 것은 전적으로 당사자의 탓이라고 본다는 점에서 실존주의적이기도 합니다.


거북이는 거북이답게, 토끼는 토끼답게 살아가는 것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신경증을 지닌 사람은 자신의 신경증을 인정하고 그러한 핸디캡을 보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어릴 때 안전하지 못 한 가정 환경에서 자란 탓에 우월성을 통해 스스로가 지닌 불안전감을 극복하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늘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신이 조금이라도 우위에 있지 않으면 금세 좌절하고 수치심을 느끼기 쉽습니다. 모든 초점이 자신에게 와 있기에 나보다 더 잘나 보이는 저 사람도 실상 그 사람만의 내외적 어려움과 고통이 있다는 사실을 알기 어렵습니다. 우월하고 싶다는 바람을 통해 많은 성취와 업적을 이루었다 하더라도 공허함이 밀려오기 쉽습니다. 타인과의 끝없는 비교에서 승리를 쟁취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성취 중독으로 인해 몸이 망가지기 쉽습니다.


이런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가 타인보다 우월할 수 없다는 자각입니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그 자신이 지닌 고유함이 있고 그 고유한 특성에 맞게 안분지족하는 것이 건강한 삶임을 깨닫는 것이 이런 사람에게 필요한 제1의 과제입니다. 이렇게 되려면 심리치료가 필요하겠죠. 신경증은 혼자 힘으로는 이해도 치료도 어렵습니다. 왜 그렇게 우월을 추구하게 되었는지 그 역사적 맥락을 살펴보고 더이상 그렇게 하지 않아도 스스로가 충분히 안전하며 다른 사람에게 가치 있는 존재임을 온몸으로 경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거북이는 거북이답게 토끼는 토끼답게. 이 책의 핵심 주장입니다. 저는 부모가 된 지 벌써 3년차인데도 아직 싱글일 때의 마음에서 벗어나지 못 한 철부지 아닌가 반성하며 읽었습니다. 부모는 부모답게 행동해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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