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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일상

빨간책방: 과학 인문학으로의 초대

by 오송인 2017.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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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월부터 지금까지 빨간책방을 애청하고 있다. 최근에 과학 인문학으로의 초대라는 책을 주제로 팟캐스트가 방송됐는데, 거기서 이동진이 칼 포퍼의 견해를 빌려 귀납적 사고의 맹점에 대해 짚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여러 구체적인 사례들을 모아서 그 사례들의 공통되는 특성을 추출하는 것이 귀납적 사고다. 심리학 실험을 예로 들어 보자. 누가 9-8-7이라는 조건에서 실험을 해봤더니 B도 C도 D도 아닌 A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 실험을 그대로, 즉 9-8-7이라는 조건에서 누가 반복검증했더니 같은 결과가 나왔다. 같은 조건에서 내가 반복검증해보니 어라? 이번에도 같은 결과다. 그럼 9-8-7이라는 조건에서는 A라는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건 확률적인 사실이지 불변의 진리는 아니다. 다른 누군가는 동일 조건에서 C라는 결과를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확률적인 사실을 불변의 진리로 받아들이게 될 때 귀납적 사고는 종교적 광신의 도구가 될 여지가 존재한다. 데이비드 흄 같은 철학자는 엊그제, 어제 해가 떴다고 해서 오늘도 뜰 것이라 생각하지 말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 철학자가 이런 어처구니 없어 보이는 얘길 한 건 아마도 귀납적 사고가 종교적인 광신으로 변색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 같다. 칼 포퍼는 귀납적 사고의 이런 맹점을 지적한 후, 기존 가설을 지지하는 증거를 찾아내는 데 주력하기보다 기존 가설을 반박하는 증거를 찾아내는 것이 더 '과학적인 사고'라고 말한다. 위대한 가설, 예를 들면 지동설 같은 것은 모두 진리처럼 떠받들어지던 기존 가설을 반박하는 증거로 무장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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