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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일상

'자기'를 넘어서는 어떤 것

by 오송인 2019.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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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신부님이 부임 1년을 마치고 다른 곳으로 가게 돼서 그에 관한 예식이 진행됐다.


예식이라 해서 별다른 것은 아니고 청년부에서 준비한 편지를 읽고 작별인사에 관한 노래를 합창하고 신부님이 답하는 식이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게 마련인데 어제는 유독 이 테마가 내 마음을 건드리는 게 있었다.


'이젠 안녕'이라는 유명한 곡을 신자들도 같이 따라 부르는데 당사자도 아닌 내가 울컥해서 당혹스러웠다.


40회기 이상 진행된 내담자와의 이별을 앞두고 있어서일까? 뭐 그게 다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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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한 사람의 인생이라는 게 나를 중심으로 해서 돌아갈 때가 많다. 나의 목표 나의 가족 나의 감정 등등..


그런 자기중심적인 삶에도 가끔.. 강물에 떠내려가는 낙엽과도 같은 보잘것 없음에 관한 통찰이 올 때가 있다. 세상은 내가 생겨나기 전에도, 생겨난 이후에도, 내가 죽은 후에도 제 나름의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사람들이 연대감을 중시하는 이유는, 종교도 그렇지만, 어쩌면 피가 한방울도 섞이지 않는 누군가와 공동의 목적을 위해 연대함으로써 정처 없이 흘러가는 유약하고 피동적인 개인으로서의 느낌을 지우려 하기 때문은 아닌가 싶어진다. 


개인은 약하다고 느끼기 쉽지만 연대한 개인은 그렇지 않다. 


스스로도 생각이 좀 모호하다고 느껴지긴 하는데.. 연대를 통해 자기보다 큰 어떤 것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공간적 제약뿐만 아니라 시작-끝이라는 시간적 제약을 넘어서게 하는 것은 아닐까 오랜만에 답이 없는 생각을 해본다.


덧. 연대라는 게 꼭 정치적인 투쟁 이런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배운 것을 나누는 것도 연대의 일종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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