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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학/상담 및 심리치료

자각된 자기 기만

by 오송인 2019.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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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담자에게 보여 주는 이미지처럼 우리가 여유롭고 유능하다고 정말 믿고 있다면, 우리는 견딜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알고 있는 것, 이해하고 있는 것, 그리고 할 수 있는 것과 관련하여 끊임없이 자신에게 정직해진다면, 우리는 자기 회의로 가득 차서 거의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절충적 입장은 우리는 역량을 과장하고 있으며, 이런 곡해는 때때로 내담자를 위해 필요하지만, 단지 가장하고 있다는 것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 상담자가 된다는 것, 329쪽.


치료의 효율을 위해 상담자로서의 자기 역량을 셀프 기만해야 할 때가 있다. 이 책의 저자가 말했듯이, 설령 치료자가 자신의 치료 능력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 하더라도, 자각은 하되 이를 드러내는 것은 반치료적이다. 첫 회기에 치료자로서의 자신의 부적절감을 드러냈다가는 다음 회기가 진행되기 어렵다. 레지던트 1년차가 환자에게 자신의 미숙함을 드러내는 것이 부적절한 이유와 같다.


어쨌든 간에 내담자나 환자 모두 치료자를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표면적으로 치료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내담자, 환자라 하더라도 그렇다. 치료 장면에 자기 발로 왔다는 것 자체가 도움을 구하고 있다는 증거다. 치료자가 자신의 능력 부족을 굳이 발설하여 내담자나 환자의 기대를 꺾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내담자나 환자를 돕기 위해서는 치료 초반에 자각된 셀프 기만을 통해 치료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 치료자의 치료 능력만큼이나 치료를 통해 나을 수 있다는 내담자, 환자의 기대가 중요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덧. 치료 가능하다는 믿음을 치료자가 반드시 지닐 필요는 없다. 세상에는 치료될 수 없는 문제도 많다. 치료를 통해 변화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분별하고 치료자 자신의 한계를 자각하는 것이 '치료적'이며 내담자를 돕는 길이다.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는 것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은 좀 다른데, 해결될 수 없는 문제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정직한 것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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