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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일상

국제주의 시각에서 본 한반도 外 책 소개

by 오송인 2006.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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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부터 설대 중앙도서관에서 추석 연휴 보냈습니다. 어디 갈 데도 없고 집에 있어 봤자 심심하고 해서. 집에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지만 일반인에게도 개방하는 대학 도서관은 여기 뿐인 것 같더군요. 더군다나 연중 무휴. 일반인에게 개방하면 그로 인해 그 학교 학생들이 피해 보는 부분이 없지 않겠지만 서로 간에 잘만 조율하면 여타 공립대는 물론 사립대에서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역 도서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곳이 더 많아져야 하겠습니다. 암튼 나흘 동안 세 권 읽었는데 읽으려고 별러왔던 책들이라 그런지 몰라도 하나같이 추천감이더군요. 어림 잡아 열 권 읽으면 한 권 정도가 그러게 마련인데 비한다면 대단히 값진 성과(-_-)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국제주의 시각에서 본 한반도는 미국의 전략적 카드 중 하나인-그래서 조용하다 싶으면 불거져 나오는 북핵위기의 실상을 맑스주의적인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소련과 그 위성국들이 국가독점자본주의에 지나지 않았음은 기정 사실이 된 지 오래지만 북한체제의 성립 과정과 그 성격에 대한 신뢰할 만한 진술은 지금과 같은 정세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듯했습니다. 저자를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꽤 미인이신 점이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여 예전에도 말한 바 있듯이 일독 권하지 않을 수 없것습니다.

과거의 힘은 독일 통일 일 년 후에 나온 책인데 그 이전부터 대두 되어 왔던 거대 지배 서사의 위기를 단지 역사 분과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정치적인 문제로 읽어내려는 작업의 결과였다고 합니다. 레이건과 대처로 대변되었던 신우익이 어떻게 역사를 잃어버린 세대를 향해 자신들의 입맛에 맛게 요리된 거대 서사를 주입시킴으로써 그들을 탈정치화시키고 불완전하게나마 헤게모니를 재창출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표면상으로는 양립 불가능해 보이는 신자유주의자와 신보수주의자 간의 결속을 낳았는지, 실제 국제정치.경제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지 등을 되짚어 보고 있습니다. 홉스봄의 저술들처럼 실천적 역사관을 지닌 책이고 그것들보다 훨씬 읽기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현재를 통제하는 사람이 과거도 통제하며... 과거를 통제하는 사람들이 현재도 통제한다'는 1984의 한 귀절이 와닿는다면 읽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카탈로니아 찬가는 1984를 쓴 조지 오웰의 다큐멘터리입니다. 이런 걸 르포르타주(르뽀)라고 하던가요. 제가 보기에 정의를 믿었던 다시 말해 선과 악을 구별할 수 있다고 믿었던 처음이자 마지막 세대가 바로 파시즘에 대항하기 위해 스페인 내전에 참가했던 전세계의 젊은이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작가도 그런 세대의 일원이었고 이 책은 작가의 참전 경험을 토대로 씌어졌다고 합니다. 이념 대결의 추잡하고 가증스러운 실체와(비록 작가는 객관적인 어조를 유지하고 있다지만) 역설적으로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전장 속의 비참을 드러냄으로써 전쟁이란 지배계급들 간의 권력쟁투로 인한 민중의 속박과 개인사의 파탄을 의미할 뿐임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여담인데 영화 <시티 오브 갓>을 흥미롭게 봤던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입니다.) 눈먼 자들의 도시 이후 이렇게 재미있는 책은 본 적이 없습니다. 보통 '페이지 넘기는 게 아쉽다'고들 말하지 않습니까. 이 책이 그렇습니다. 이데올로기라는 것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잼있게 읽힐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비슷비슷해 보이는 정당 이름들에 기가 질려 버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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