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부터 설대 중앙도서관에서 추석 연휴 보냈습니다. 어디 갈 데도 없고 집에 있어 봤자 심심하고 해서. 집에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지만 일반인에게도 개방하는 대학 도서관은 여기 뿐인 것 같더군요. 더군다나 연중 무휴. 일반인에게 개방하면 그로 인해 그 학교 학생들이 피해 보는 부분이 없지 않겠지만 서로 간에 잘만 조율하면 여타 공립대는 물론 사립대에서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역 도서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곳이 더 많아져야 하겠습니다. 암튼 나흘 동안 세 권 읽었는데 읽으려고 별러왔던 책들이라 그런지 몰라도 하나같이 추천감이더군요. 어림 잡아 열 권 읽으면 한 권 정도가 그러게 마련인데 비한다면 대단히 값진 성과(-_-)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과거의 힘은 독일 통일 일 년 후에 나온 책인데 그 이전부터 대두 되어 왔던 거대 지배 서사의 위기를 단지 역사 분과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정치적인 문제로 읽어내려는 작업의 결과였다고 합니다. 레이건과 대처로 대변되었던 신우익이 어떻게 역사를 잃어버린 세대를 향해 자신들의 입맛에 맛게 요리된 거대 서사를 주입시킴으로써 그들을 탈정치화시키고 불완전하게나마 헤게모니를 재창출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표면상으로는 양립 불가능해 보이는 신자유주의자와 신보수주의자 간의 결속을 낳았는지, 실제 국제정치.경제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지 등을 되짚어 보고 있습니다. 홉스봄의 저술들처럼 실천적 역사관을 지닌 책이고 그것들보다 훨씬 읽기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현재를 통제하는 사람이 과거도 통제하며... 과거를 통제하는 사람들이 현재도 통제한다'는 1984의 한 귀절이 와닿는다면 읽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