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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서평

플랫폼 / 미셸 우엘벡

by 오송인 2012.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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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저널 혹은 전공 서적들만 보는 게 지겨워서 세 달 전에 빌렸던 소설인데 이제서야 다 읽었다. 섹스 얘기만 줄창하다가 소설이 끝나 버렸다. 미셸 우엘벡 소설이 이걸로 세 권째인데.. 대체로 이런 식이다. 뭔가 꽤 사실적이라 전혀 에로틱하지 않은 섹스 얘기들, 거기서 풍기는 어떤 공허감이 이 작가의 매력인 것 같다. 나는 대체적으로 삶을 긍정하려고 노력하고 또 그만큼 치열하게 살지만 마음 한켠에는 어떤 무망감(?)이랄 만한 게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 우엘벡은 나의 그런 부분을 공명시킨다. 가령 다음과 같은 구절들.

"사랑의 삶이 끝나면, 삶 전체는 약간은 관례적이고 강요된 무엇인가를 얻게 된다. 사람들은 인간적 형식과 습관적인 행동들, 일종의 구조를 유지하지만, 그러나 마음은 사람들 말마따나 이제 그곳에 없다. (...) 사람들은 세상을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세상을 산다. 그저 세상에서 먹을 것과 애무와 사랑만 얻으면 되는 것이다."

나르시시즘으로 가득한 사랑에의 갈망. 거기에는 사랑이 넘치지만 사랑이 없다고 보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을 사실로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에 어떤 허망함을 느끼는 듯 다음과 같이 적어 놓고 있다.

"만일 내가 사랑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그 나머지를 이해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우엘벡은 리얼하지만 시니컬하진 않다. 말주변이 좋지 못해서 이 문장을 길게 설명하긴 어렵지만 고레다 히로카즈의 아무도 모른다 라는 영화가 주었던 느낌과 비슷하다. 아무튼 난 이 작가가 좋다. 2011년에 지도와 영토라는 신작이 나와서 이미 빌려다 놓았다. 이제 그 책을 빨리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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