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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여행

지리산 종주 2일차

by 오송인 2013.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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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적으로 코 고는 소리와 비좁은 공간으로 인해 잠을 거의 이루지 못했다. 결국 새벽 세 시에 일어나서 네 시에 셀 수 없이 많이 떠 있는 별들을 바라보며 랜턴 불빛에 의지해 노고단 대피소를 떠났다. 목적지는 세석이었다. 제일 일찍 출발해서 칠흙 같은 밤중 산길을 헤매면 어쩌나 걱정도 됐지만 이정표가 매우 잘 정비돼 있어서 쉽게 길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임걸령 삼거리에서 길을 잘못 들어 500미터 정도 헛걸음을 하기도 했는데 가파른 오르막 돌계단을 다시 오르자니 고역이 따로 없었다. 삼거리에서 다시 방향을 제대로 잡고 두 시간 가량 걸으니 삼도봉에 다다랐고 해가 뜨기 시작했다.

삼거리로 다시 올라왔을 때부터 산악회로 추정되는 일련의 무리를 뒤따르기 시작했는데 확실히 심적 압박이 덜했다. 페이스 조절도 자동으로 되고. 이후 세석에 도착할 때까지 혼자 걷는 시간보단 어느 무리를 뒤따를 때가 더 많았다.

어제 화엄사에서 노고단으로 올라올 때도 꽤 힘들었는데 오늘은 평지와 오르막이 반복돼서 평지에선 빠르게 걷다가 오르막에선 숨을 헥헥거리며 멈춰 서기를 반복했다. 오르막에서 심장이 하도 거칠게 뛰는데다 어떤 구간에는 심장마비 다발구간(!)이니 조심하라는 현수막도 걸려 있어서 어제보다 훨씬 많이 쉬었다. 초반에 시간에 쫓기듯 빨리 걸은 탓에 10킬로미터 지점인 연하천에 여덟 시쯤 도착했고 이후 세석까지 남은 10킬로미터는 느긋하게 걸었다.

한편 3만 원 주고 산 스틱이 아주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스틱 덕에 오르막에서 무릎에 무리가 덜 갔다. 만 원 주고 산 바람막이 점퍼도 주머니가 많아서 유용했고, 유니클로 후리스 재킷 위에 입으니 보온 유지도 잘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발이 발에 잘 맞고 편해서 다행이었다. 아울러 평소에 스쿼트 비롯해 운동 열심히 한 것도 20킬로미터 10시간 산행을 무탈하게 완주할 수 있게 한 동력이었다. 근데 11월 스쿼트는 지리산 2박3일 행군으로 대체해도 될 것 같다. ㅎ 밥 먹고 대피소 입소 시간인 다섯 시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시간돼서 들어왔는데 난민대피소가 따로 없던 노고단에 비해 세석은 호텔급이다. 사람도 없고 휴양림에 있는 건물처럼 바닥이 목조라 좋다. 잠 제대로 잘 수 있을 듯.

일출




오른쪽에 천왕봉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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