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참 좋아하는 영화인 '러브 스토리'의 작가 에릭 시걸은 오랜 시간 파킨슨병으로 고통받다가 2010년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그의 딸 프란체스카가 장례식에서 낭독한 조사를 보면 에릭 시걸은 30여년이라는 오랜 투병 생활 속에서도 누군가를 가르치고 글을 쓰는 일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에게 그 일은 나아지기는커녕 갈수록 심해져만 가는 몸의 불편과 고통을 참아내면서까지 살고 싶게 만드는 특별한 것이었던 셈이다. 이처럼 그것이 없으면 존재감마저 흔들리는, 자신의 삶에서 필수 불가결한 대상이 있다. 이러한 대상을 정신분석학에서는 '자기대상(self-object)'이라고 부른다.
미국의 정신분석가 하인즈 코헛에 따르면 인간은 존중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있어야 하고, 안정감과 위로를 주는 대상을 원한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먹어야 사는 것처럼 평생 그러한 기능을 제공하는 대상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그 대상은 자신의 일부로 편입되어 기능하는데, 자기와 구분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자기대상'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건강하고 안정적인 자아로 커 나가려면 누구나 자기대상을 가져야 하는데, 어린 시절에는 부모가 그 기능을 해 주지만 성인이 되면서는 자기대상이 꼭 인격체여야 할 필요는 없다. 그것이 무엇이든 자신에게 충일감을 제공하고, 지지해 주며, 지켜 주는 안전판이 되어 견고하고 통합된 자기(cohesive self)로 기능하도록 해 준다면 이념, 취미, 활동, 직업 모두 자기대상이 될 수 있다."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33-34쪽.
이 글을 읽어 보니 자기대상이 뭔지 알겠다.
다른 얘기지만 이 책은 만점을 주고 싶다.
풍부한 임상 경험과 심리학적 지식을 대중에게 어떻게 전달하면 좋은가,에 대한 모범 답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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