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덴 형제의 영화는 리얼하다.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현실을 왜곡해서 보여주는 세상인지라 이런 식의 접근이 더 가치를 발한다.
1년치 전기세 + 가스비에 해당하는 돈의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는 것이다.
설득하러 찾아 갔을 때 얼굴조차 내비치지 않는 사람도 있고 눈물을 흘리면서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죄책감을 느꼈다고 토로하는 사람도 있다.
딱히 누구의 잘못인지 분명치 않다. 그래서 참 현실적이라 느꼈다. 잘못이 있다면 더 값싸고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이윤을 뽑아내야만 하는 자본주의 경쟁 구조 자체에 있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주인공이 대단하다고 느꼈던 게 체념하고 그 상황 앞에서 무릎 꿇기보다 상황을 역전시켜보려고 무진장 애쓰는 모습을 보여준다.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이라는 생각과 함께 삶에 대한 환멸이 밀려왔는지 자살시도를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맞선다는 느낌이다.
그런 모습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그녀의 해고에 투표했던 사람들 중 일부가 재투표 과정에서 그녀의 복직에 투표하게 되기도 한다.
영화를 같이 봤던 배라톤의 표현을 따르면 "연대"가 이뤄지는 것이다.
연대가 해피엔딩을 낳진 않았지만 주인공은 그 과정을 통해 한층 더 강해진다.
외부 환경에 맥없이 휘둘리는 무기력한 개인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믿음과 미래에 대한 기대를 지닌 하나의 주체적 인간으로서 재탄생하게 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가 있다면 하나가 건강 다른 하나는 인간에 대한 믿음, 또 다른 하나는 기대 아닐까.
세 가지가 있다면 시대가 아무리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하더라도 버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하나 거저 얻어지는 게 없고 처절하게 쟁취해 내야 하는 것임을 이 영화가 잘 보여주고 있다.
다들 세 가지 쟁취!하는 한 해 되시길. (급마무리ㅎㅎ)
덧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의 뒷모습을 자주 앵글에 담는데, 영화 초반에 앵글에 잡힌 뒷모습과 영화 끝에 나오는 뒷모습은 느낌이 매우 다르다.
배우의 표정보다도 그런 뒷모습에서 인물의 심경 변화가 잘 느껴졌다.
신년 첫 영화가 맘에 들어서 기분이 좋다.
올해는 또 어떤 멋진 작품을 만나게 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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