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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서평

성공적 삶의 심리학: 정신건강이란 무엇인가

by 오송인 2015.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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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가 Adaptation to Life다.




성공적인 삶의 심리학이라는 제목보다는 정신건강이란 무엇인가 라는 부제가 이 책을 더 잘 설명하고 있다.




정신건강이라는 것은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닐까 하는데, 한 사람의 적응 양식은 긴 시간에 걸쳐 대개 무의식적인 수준에서 결정되는 현상이기 때문에 측정하기가 까다로운 면이 있다.




이런 어려움을 이 책의 저자는 전향적 연구를 통해 다소간 해결하고 있다.




표본으로 선택된 사람들을 특정 시점마다 서베이해서 인생 경로와 주요 환경 변화 및 대처 방식 등을 면밀하게 분석하는 방식으로 무의식적인 적응 양식이 한 개인의 인생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는 식이다.




무의식적인 적응 양식은 다른 말로 하면 방어기제인데, 학자마다 견해가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20개 안팎의 방어기제가 있고 방어기제 간에는 위계적인 서열이 있다. 




즉 정신병적 기제(부정, 왜곡, 망상적 투사)-미성숙한 기제(공상, 투사, 건강염려증, 수동공격적 행동, 행동화)-신경증적 기제(감정 격리, 강박행동, 취소, 합리화 등을 포함하는 주지화, 또 억압, 반동형성, 전치, 해리)-성숙한 기제(승화, 이타주의, 억제, 예상, 유머) 순이다.




흥미로웠던 점은 성숙한 기제로 분류되는 승화도 맥락에 따라서는 부적응적일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역으로 공상도 경우에 따라서는 적응적일 수 있다. 호스피스 병동에 있는 환자가 공상 속에서 병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이 때 공상은 일종의 정신적 마취제로 작용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것은 예외적인 경우라 할 수 있겠고, 대체로 성숙한 방어 기제를 사용하는 사람이 미성숙한 방어 기제를 사용하는 사람보다 여러 면에서 적응적인 삶을 산다. 즉 직업적, 사회적, 심리적, 의학적으로 보다 건강한 삶을 사는 것이다. 이는 감정이나 욕구를 사회 규범과 일치되는 방향으로 흐르게 할 수 있는 정도에서 방어기제의 성숙/미성숙을 구분하는 근거를 찾는다는 생각 속에 이미 내포된 결과일 수도 있겠으나 전향적인 연구는 성숙한 방어 기제가 적응적인 삶을 예측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한 사람의 방어기제는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상당 부분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다. 즉 방어기제의 무의식적인 특성을 고려할 때, 그리고 보다 근본적으로 프로이트의 세계관을 고려할 때 성숙한 방향으로의 변화는 한 개인의 의지보다는 주변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이 많다고 여겨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부정적인 대상 표상에 기인하는 공격성을 비타협적인 방식의 학생 운동에 전치시키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살아가는 과정에서 사회로부터의 우호적인 도움이나 지지를 많이 받게 된다면 이타주의적인 방향으로 방어기제가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가상의 사례지만, 중요한 것은 방어기제의 성숙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인 지지 체계 여부인 것 같다. 미성숙한 방어기제는 생애 초기 환경이 수용적이지 못했던 데 많은 부분 기인하는 것일 수 있고, 성인기 후기에라도 성숙한 방어기제로의 변화가 가능한 것은 사회적인 지지 체계가 견고한 경우이다. 더욱이 미성숙한 방어기제를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견고한 사회적 지지 체계는 그러한 방어기제의 역기능을 상당 부분 완충시킨다.




나는 이 책 읽으면서 방어기제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지지 체계, 특히 생애 초기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실감했다. 똑같이 "세상에 대해서 기본적 신뢰나 혹은 자율성에 대해서 편안한 느낌을 갖도록 해주는 데는 적합치 못한 부모"(54쪽)를 가졌다 하더라도 그 악영향을 완충시키는 행동을 부모가 조금이라도 한 경우 삶에의 주된 적응 양식인 방어기제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심리치료나 상담을 통해 내담자를 재양육하는 것도 생애 초기 환경의 악영향을 완충함으로써 경직된 방어기제를 좀 더 성숙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의 다름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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