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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여행

국토종주 2일차 (1)

by 오송인 2015.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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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충주에서 경북 구미까지 205km, 15시간 라이딩.

이 날은 200km 이상 달려서 사진이 많다. 두 파트로 분할.


다섯 시 반에 모텔을 나섰다. 빕을 제대로 안 말린 탓에 X꼬 쓸림이 아침부터 날 괴롭혔는데 해뜨고 마르니 괜찮아졌다. -_-; 암튼 새벽부터 충주댐 인증하러 가는 길에 찍은 사진이다. 충주댐이 애매한 위치에 있어서 갔던 길을 12.6km나 다시 돌아와야 한다. 이런 부분은 좀 개선됐으면 좋겠다. 


탄금대 부근에서 바라본 남한강 물안개. 


탄금대에서 수안보 가는 길에 달천교 부근에서 또 길을 잘못 들었는데 이번에는 좀 심각하게 잘못 들었다. 국도도 아니고 자동차 전용도로로 들어선 것.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라 그냥 남자답게 목숨 걸고 직진했다. 일요일 이른 아침 시간대여서 차가 별로 없었지만 뒤에서 클락션 소리 들릴 때마다 놀라면서 달렸다. 내가 이 짓을 왜 하고 있나 싶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혼비백산 6km 정도 달리고 나서야 노루목다리 부근에서 자전거길 찾아 진입할 수 있었다. 이번 종주 중 가장 위험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달리고 달려 수안보 도착. 아름다운 풍경이 계속 이어졌는데 안도감 때문에 더 아름답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 국토 종주 전구간 중 새재 자전거길이 가장 아름다웠다.

 

주인 잘못 만나 자동차 전용 도로도 타본 자장구님


수안보 인증하고 밥 먹었다 7000원인가에 이런 임금님 밥상이 차려졌다. 비싸고 맛 없는 서울 밥집들과 비교됐다.


밥을 넘 맛있게 먹어서 홍보해 본다. 인증센터 코 앞에 있다. 수안보면 온천리 289-23번지.


밥 먹고 이화령 가는 길. 이화령이 빡쎄다는 얘기를 여기저기서 주워들어서 긴장하고 있다. 끌고 가는 건 자존심이 허락치 않기 때문에 페이스 조절하며 달렸다.


결국 끌바 없이 올라왔다. 북악 업힐보다 덜 힘들었다. 난이도 때문이 아니라 국토종주 중간 지점쯤 되기 때문에 명성이 자자한 모양이었다.


지나가던 아저씨 붙잡아서 사진 부탁드렸다. 인증을 안 하고 가면 후회할 것 같아서.



이화령에서부터 몇킬로미터 다운힐이 이어지는데 인생 다운힐이었다. 신나게 밟아서 문경 도착.


@문경불정역

이 때부터 자장구 뒤에 달아 놓은 물통케이지가 말썽이었는데 물통을 제대로 잡아놓질 못하고 방지턱 하나만 잘못 밟아도 물통이 떨어지는 경우가 발생했다. 원래 오늘 자장구샵 가서 교환할 생각이었는데 글 쓰다 보니 해 떨어져서 다음에 가야 할 것 같다. 1~2만 원 짜리도 아니고.. 국토종주하면서 내 신경을 긁은 1등 공신이었다. 암튼 문경불정역 이후로는 낙동사막이라 불리는 낙동강 종주길의 지루하고 지루한 구간이 계속된다. hj가 왜 '핵노잼'이라고 말했는지 알 수 있었다.


문경시내 들어와서 밥집 찾는 중.


힘들어..


한남동 아날로그 키친과 이태원 만조네가 내게 스파게티의 진면모를 알려준 곳이라면 문경 황제맨션 앞에 위치한 행복한 밥상은 제육복음의 진면모를 알려줬다. 이 밥집도 강추,


네이버 지도에 문경 행복한 밥상이라고 하면 위치가 안 나오니 황제맨션 검색하고 찾아가시오. 이 집도 종주하다가 배고픔에 지친 나 같은 자덕들이 많이 찾는 모양이었다.


뜬금 없는 뱅기들.

낙동강 종주길의 시작을 알리는 상주시 진입. 여기서부터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이내 강풍을 동반한 소나기가 세차게 얼굴을 때려댔다. 30분쯤 맞았는데 체감상으로는 한 시간쯤 맞은 것 같았다. 비가 우박처럼 얼굴에 세게 내리 꽂아서 너무 아팠고 자전거를 타고 달리니 체온도 급격하게 낮아졌다. 여름에 한겨울 추위를 느낄 수 있었는데 너무 추워서 춥다 추워를 목청껏 내지르며 달렸다. 누가 보면 제정신이 아니라고 여겼을 것이다.

 

비가 너무 와서 더이상 달리기에는 무리라고 판단 정자에 잠시 비를 피했다. 나처럼 비를 피하고 있는 아저씨가 한 분 계셨는데 서울-상주 왕복 중이라고 했다. 이 때가 2시경이었는데 서울까지 밤 새 달려갈 생각이라고 하셨다. 자전거도 일반 생활 자전거여서 밤을 새서 달려도 서울까지 갈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많은 얘기를 나누진 않았으나 사연이 있는 아저씨 같았다.


비가 좀 그친 틈을 타서 300미터쯤 후진하여 이 사진 건졌다. 비 + 습도에 렌즈에 김이 서린 것 같다.

상주 상풍교에 도착하니 근처 숙박업소 아저씨가 자덕들을 건져 가기 위해 열심히 설명 중이었다. 이 비에 더는 무리라고. 앞으로 몇십 킬로미터 안에는 숙박 업소가 없으니 자기네 집에 가서 자는 게 좋을 것이라고. 그 말에 혹해서 따라가는 이들이 있었으나 내가 보기에는 지나가는 비 같아서 그냥 내달렸다. 흙탕물에 자전거나 나나 만신창이가 된 지 오래였고, 아무 생각 없이 달렸다.


종주 끝나고 느낀 점은 차라리 더운 게 비오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것. 비 오면 속도도 못 내고 추워서 금방 허기지고 여러모로 단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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