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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여행

국토종주 2일차 (2)

by 오송인 2015.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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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명이 자자한 경천대를 우회하기 위해 상주 상풍교를 건너서 가다 보면 뭐같은 몇백미터 흙길 구간을 만나게 된다. 끌바를 해야 되는데 클릿에 흙이 들어가서 클릿페달과 결착이 잘 안 돼 물로 씻어내야 할 정도였다. MTB 코스로 잠시 길을 잘못 들었던 것 같다. 이번 종주하면서 내가 꽤나 길치임을 알게 됐다. ㅜ.ㅜ

하도 거지 같은 흙길이라 다 내려와서 인증. 동네 뒷산을 하나 넘어온 것 같다.


한낮인데도 비가 와서 어둑어둑했다.

상주보 인증.


뭔가 아름다우면서도 동시에 흉물스럽게 생긴 기이한 디자인이다.


낙단보 가는 길에 소소하게 업힐이 많다. 지칠 때쯤 등장한 삼거리 슈퍼. 그리고 개님.


보급 중.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바나나 우유 때문에 고통 받게 될 줄은 몰랐네. 자동차 전용도로와 더불어 이 날의 두 번째 잘못된 선택이었다. 


비에 만신창이가 된 내 클릿슈즈.


구미에서 잘 건데 아직 42m나 남았다. ㅜ.ㅜ




낙단보 인증. 처음에는 신기했는데 보를 계속 지나가다 보니 나중에는 여기가 저기 같고 저기가 여기 같았다. 여기 인증센터에서 나보다 먼저 도착한 두 친구가 뭔가 얘기 중이었는데 가만 들어보니 한 친구가 인증수첩을 상주보를 놓고 온 것 같았다. 다른 친구가 택시를 타고 다시 상주보로 돌아가자는 제안을 했지만 수첩을 두고 온 친구는 자신에게 화가 난 나머지 제안하는 친구에게까지 짜증을 내고 있었다.


드디어 구미 진입.


원래 우유 먹으면 설사할 때가 많다. 바나나 우유도 예외가 없었다. 방심한 사이에 배에서 급격하게 신호가 오는데 허허벌판에 화장실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나타나지 않았다. 아 어떡하지 그냥 갈대숲 헤집고 들어가서 처리해야 하나 누가 지나가기라도 하면 어쩌지 아 이러다 정말 큰일 나겠네 등등의 여러 생각들이 스쳐가는 순간 기적적으로 화장실 발견. 화장실 참느라 이 날 기운 다 써버렸다. ㅋㅋㅋ 이후부터는 정말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뭘 그렇게 증명하려고 자신과 싸워대는지. ㅎ 


구미보 가는 중에 대구 표지판 보임. 반가워서 한컷. 왠지 부산이 멀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구미보 도착.




앞바퀴 바람을 좀 넣으려고 이 기계를 사용했는데 기계가 고장이 났는지 내가 사용법을 몰랐던 것인지 앞바퀴 바람만 빠지게 되는 결과가 초래됐다. 또 한 번 ㅅㅂ 자동발사. 그래서 위 사진에 보이는 핸드펌프로 대충 바람을 넣고 달렸다. 이로 인해 지체된 시간이 30분쯤 되는데, 덕분에 이 날 해가 지고 나서야 구미에 도착하게 된다. 


구미 산호대교 도착. 생애 처음 200km 이상 달렸다. 이 날 아침 5시 반에 나와서 15시간쯤 탄 셈이었다. 힘들고 또 힘들었다.


수제비가 너무 먹고 싶어서 근처 분식집에서 폭풍 흡입. 배가 안 차서 고구마 튀김을 8개쯤 더 먹었다. 사장님이 이거 다 드실 수 있겠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고향은 구미지만 결혼 후 부평에서 20년 살다가 다시 구미로 내려왔다고 했다. 작전동에서도 사셨다고. 구구여친이 살던 동네라 종종 가던 데였는데 아는 지명 나오니 반가웠다. 


콜라 먹고 싶어서 근처 편의점에서 쉬는 중에 이 녀석이 엥겨댔다. 양갱을 주니 안 먹어서 소세지 하나 사서 멕였다. 통째로 던져주니 먹기 버거워했는데 다음에 이런 녀석 만나면 잘게 잘라서 줘야겠다.


더 달라고 엥기는 중. 나 같은 사람이 많아서 컨디셔닝이 된 것 같았다.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다. 하루 종일 외롭게 혼자 달린 상황이라 이 녀석이 더 반가웠다.


밥 먹고 모텔을 찾아서 구미 버스터미널 부근으로 또 8km쯤 들어갔다. 리버모텔이란 데가 가까웠지만 건물 외관이 별로였고 또 블로그 통해 검색해 놓은 데가 있어서 한참 길 헤매다가 숙소 도착. 스칼렛 요한슨이 날 반기고 있었다. 하악하악... 혼자라 외롭기도 했지만, 사건사고들 때문에 생존의지 불태우느라 그런 감정 느낄 겨를도 없었던 둘째날이었다.


첫째날과 둘째날 풍경을 동영상에 담아 봤다. 핸드폰으로 보면 이것보다 고화질인데 다음팟인코더 인코딩 과정에서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처음 해보는 편집이라 시간이 꽤 걸렸다. 조악한 화질이지만 추억 회상용으로는 손색 없어 보인다. 나중에 자장구 세계여행하게 되면 이런 풍경 영상보다는 사람과의 만남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춰서 인물 중심의 동영상을 만들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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