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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여행

국토종주 마지막날

by 오송인 2015.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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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에서 부산 사하구까지 142km, 8시간 13분 라이딩.


갈길이 바빠서 5시에 모텔을 나섰다. 대충 이런 분위기.


동틀 무렵의 낙동강은 정말 아름다웠다. 아니 아름답다기보다 경외로웠다. 외계인이 와서 이런 풍경을 본다면 자기도 모르게 감동의 눈물을 줄줄 흘리지 않을까 라는 엉뚱한 생각을..



적포교에서 14.5km 지나 그 유명한 박진고개를 눈 앞에 두고 양갱 두 개 흡입. 에스자로 가더라도 끌바만 하지 말자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 

긴장해서 초점도 안 맞았네.


평균경사도 13. 전체길이 1400미터.


성공했다. 다람재만큼 뿌듯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성취감이 있었다. 그리고 종주 통틀어 가장 멋졌던 이런 풍경도 접했다. 이런 거 보려고 왔지 싶었다.


박진고개 내려와서 남지까지 가는 국도 길도 아름다웠다. 박진교 건너서 1008번 국도 타고 가다가 두곡삼거리에서 1021번 국도 타고 쭉 가면 남지가 나온다. 이 코스로 가면 영아지를 우회할 수 있다. 다만 트럭이 다섯 대 정도 지나갔는데 다들 자장구 배려하며 거리유지를 해주었으나 사고는 한순간에 발생하는 법이기 때문에 늘 방어운전해야 한다.


남지에 와서 밥집을 찾는데 너무 이른 시간이라 문 연 밥집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 곳을 발견. 나 같은 자덕이 한 팀 더 있었다.

 

속에 부담 없는 된장찌개. 밑반찬도 맛있었다. 


남지철교가 보인다. 1931년에 지어진 다리라고 하며 이 시기에 놓인 다리 중에서는 가장 우수한 다리라고 함.


이 날도 컨디션이 좋아서 기어 무겁게 놓고 댄싱 치면서 거리를 쭉쭉 뽑았다. 영화 제목으로만 알고 있던 밀양에도 와보네. 그리고 드디어 최종 목적지인 부산이 이정표에 등장하고 있다. 


달리다가 길 잘못 들어서 2km쯤 더 달리기도 하고, 물통 케이지 문제 때문에 30분 가량 정차하기도 하고 이 날도 소소한 문제들이 있었다. 하지만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아서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사람들에게 인사도 꼬박꼬박 하면서 기운을 냈다. 인사하면 기운이 북돋워지는 게 있었다. 지루한 낙동강 종주길에서는 인사가 약이다. 인적이 드문 구간도 많아서 반가운 마음에 저절로 인사하게 될 것이다.

 

부산시내에서 낙동강 하구둑 인증센터까지 오는 길이 좀 위험하다. 공원 자전거길을 빠져 나온 후 일방통행 차선과 만나기를 여러번이었는데 차가 오나 안 오나 꼭 주의하며 건너야 한다. 종주 구간 전체 통틀어 가장 위험한 구간으로 느껴졌다.(아니 충주 자동차 전용도로 다음으로..;) 어찌 됐든 2시 차 타려고 점심도 안 먹고 막판에 힘을 다 써서 '봉크' 상태가 됐다. 빨리 터미널로 돌아가서 뭐라도 먹어야 했다.



인증샷만 남기고 다시 다리를 건너 사상터미널로 가려고 하는데 앞바퀴에 바람이 다 빠져 있었다. 단순히 바람이 빠진 게 아니라 실펑크가 난 것 같아서 생전 처음 튜브 교체 실시. 블로그로 볼 때는 쉬워 보였으나 막상 직접 하려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1시간 정도 생고생을 하고 나서야 교체 성공했다. 여지껏 무탈하게 잘 달려준 자장구가 대견하기도 하고 막판에 이렇게 아픈 티를 내니 짠하기도 했다. 어느새 자장구는 내 친구가 돼 있었다. ㅜ.ㅜ 


기운 없는 상태에서 튜브 교체까지 하니 혼이 나갈 지경이었다. 터미널까지 8km가 너무너무 힘들었다. 터미널 도착하니 이미 3시 20분이었고 시간상 가까이 있는 차는 매진돼서 세 시간이나 기다려서야 집에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늦은 점심으로 냉면을 먹고 모자라서 편의점에서 빵을 두 개쯤 먹고, 커피도 먹고, 인스타도 하고, 그래도 시간이 남아서 델리만쥬와 오렌지쥬스를 먹고 지나가는 예쁜 부산 아가씨들 쳐다보기도 하고 뭐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돼 버스가 왔고 자장구를 실었는데 승객들 짐칸을 제외하면 버스 한 대당 자장구를 3대 정도밖에 실을 수 없어 보였다.앞바퀴를 분해해서 넣는다면 4~5대 정도? 버스에 자장구 어떻게 싣는지 궁금했는데 그냥 때려 넣으면 끝이었다. ㅎ 고가의 자전거라면 기스 안 나게 궁리를 하는 것이 좋을 듯도 하다.


얼마나 허기가 졌는지 휴게소 정차했을 때도 또 처묵처묵.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팠다. 긴장이 풀려서 더 그랬나.. 버스 기사님이 차를 광폭하게 몬 덕분에 네 시간만에 집에 도착했다. 터미널에서 집까지 또 5km 정도 달려야 했으나 이제 이 정도 거리는 집 앞 슈퍼 다녀오는 거리에 불과하게 느껴졌다. 집에 와서 씻고 누우니 천국이었다. 다음엔 어느 코스를 갈지 궁리하다가 잠이 들었던 것 같다. 리커버리 라이딩으로 분원리까지 왕복 160~180km 정도 달려볼까.. 


종주 재미있었다. 살면서 한 번쯤은 해 볼만하다. 두 번은 모르겠다. 미래의 내 아들이랑 한 번 더 할 수도. ㅎ



무비메이커로 편집했는데 다음 팟인코더에 비해 훠얼씬 좋은 툴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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