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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일상

발췌

by 오송인 2016.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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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오는 대로 받아들여. 버티고 서서 오는 대로 받아들여라. 다른 방법이 없어.

그것은 진실이었고 또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에브리맨, 필립 로스, 83쪽.

"이제 통증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같은 책, 97쪽.

통증이 너무 심하면 왜 나한테만 이런 재수없는 일이 벌어지는가 탓할 여력도 남아 있지 않게 된다. 통증을 피하는 것이 일상의 과제가 되고, 통증만 없앨 수 있다면 영혼이라도 기꺼이 팔 기세가 된다. 이 방법 저 방법 소용이 없을 땐 소설 속 화자가 말하는 것처럼 버티고 서서 오는 대로 받아들이는 것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아니, 통증을 받아들인다기보다 통증을 일으키는 부위가 내는 날카로운 소리에 불가항력적으로 모든 감각이 집중된다고 말함이 옳음이라. 모든 이유가 제거된 날카롭고 불가해하고 공포 그 자체인 소리, 즉 죽음이 느껴질 때 역설적이게도 삶이 가장 뚜렷하게 다가온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아니 죽음은 철저하게 개인적인 사건인 바 '나는 언젠가 죽는다'고 말하는 것이 적절하겠다. 중3 때 위의 1/3을 잘라내는 수술을 하고 한 달이나 신촌 세브란스에 입원해 있으면서 이 자명한 사실을 체감했고, 요즘 다시 한 번 체감하고 있다. 통증이 많이 잦아들어서 일상생활이 가능해졌지만 허리가 잘려나가는 것만 같았던 며칠 간의 통증, 버티는 것이라면 누구보다도 자신 있는 나를 얼마간 무력하게 만든 그 통증은 삶을 다시 보게 하기에 충분했다. 예기치 않게 하나의 목숨을 얻었지만, 목숨이 다하는 것도 예기치 않은 사건이다. 그 예기치 않은 미래의 사건을 통해 삶을 다시 바라보는 것이 인생에 유익할 것이라는 하이데거 선생의 통찰을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 추간판탈출증에 진심어린 감사라도 표시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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