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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을 결심한 여자가 있다. 아마도 호텔 리뷰를 하는 일이 직업인 것 같다. 집을 나와 호텔을 전전하며 남편과의 관계, 그 관계 안에서의 자기 처지를 생각한다. 여자는 무미건조한 어조로 말하고 있으나 약간의 우울과 약간의 무기력 약간의 체념 같은 것들이 느껴진다. 더이상 남편에 대한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대한 후련함도 좀 있는 것 같다. 누군가의 와이프가 아닌 자기 자신으로서의 정체성을 다시 찾아 나가자니 다소 막막한 것 같기도 하다. 사회는 집을 떠나 거리로 나와 자기 존재를 외치는 여자들에 대해 냉랭하고 때로는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던가. 어려운 책이라 여기까지가 내가 이해한 전부다. 프로이트나 내가 알지 못하는 작가 혹은 영화들에 대한 이야기가 마구 뒤섞이니 안 그래도 모호하고 파편화된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이 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유머 코드가 있는 것 같긴 한데 수준이 높아서 이 책 읽으며 한 번도 웃을 수 없었다. 아.. 한 번은 웃은 것 같다.. 다양한 텍스트 및 컨텍스트가 얽히고 설켜 있는바 수많은 해석의 가능성을 남기는 책이다. 하지만 그만큼 방향을 잃은 느낌이다. 어쩌면 이러한 느낌이 바로 주인공이 느꼈던 것일지 모르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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