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 때문에 호텔 조식에도 그다지 기대가 없었다.
조식 먹는 공간이 이런 느낌이다. 넓직하고 여유롭고, 특별히 맛있지도 않지만 맛없지도 않은 무난함이 나쁘지 않았다.
마카오 반도로 넘어가려고 호텔을 나섰는데, 겨에 땀이 날 정도로 날씨가 더웠다. 12월 초만 돼도 초가을이라기보다 늦여름에 가깝다. 덥다. 반팔 필수.
텅텅 비어 있던 버스는 마카오 반도로 가려는 호텔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와이프는 접혀진 유모차를 한손에 들고, 나는 아이를 안고 낑낑 거리며 버스에 올랐다.
택시를 타고 싶었으나 택시 편리하게 잘 이용했다는 후기도 있는 반면 바가지요금이 극성이라는 얘기들도 있어서, 혹시라도 기분 나쁜 일을 당할 바에야 버스를 타기로 했다. 버스에 올랐을 때, 그냥 택시를 탈 걸 싶었다. 대중교통인 만큼, 유모차를 들고 탈 수 있을 만한 자리의 여유가 없다. 사람도 많다! 유모차 들고 가실 분들 참고 바람.
마카오 반도는 이런 느낌이다. 해풍에 삭아버린 것 같은 오래된 콘크리트 아파트나 빌라가 많다. 뭔가 90년대 홍콩 영화(중경삼림 등)에 나올 법한 느낌이기도 하고..
어제와 마찬가지로 유모차를 타려고 하지 않고 그렇다고 걷지도 않으려는 딸로 인해 와이프가 살짝 짜증이 난 상황이었다. 두 여자의 눈치를 살피며, 점심을 먹으려고 미리 예약해둔(무모하게도 직접 전화 예약하려다가 실패해서, 라인으로 예약했다) Albergue 1601에 갔다. 갔더니 블로그 사진으로 봤던 것처럼 이렇게 예쁜 건물이 기다리고 있다.
결국 유모차에 탄 아이는 잠에 빠져 들었고,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니 직원이 2층밖에 자리가 없다면서 유모차 끌고 온 우리를 보며 난색을 표한다. 방금 잠든 아이를 깨울 수는 없었기에 우리도 어떻게 해야 하나 갈피를 잡고 있지 못 한 상황에서, 직원이 매니저와 통화해 봤는데 1층에 앉아도 되겠다며 우리를 안내해준다. 너무 고마운 순간이었다.
레스토랑 사전 예약만 해놓았지 뭘 먹을지는 검색해 놓지 않았는데, 덕분에 와이프 핀잔을 한 번 들었다.
문어샐러드. 이건 꽤 상큼하고 맛있었다.
해산물 리조또도 무난했다.
이건 고기보다 구운 감자가 더 맛있었다. 이렇게 시키고 가격이 거의 10만 원이 나왔다. 가성비는 좋지 않지만 예쁜 건물 외관이라든지 건물 마당에 있는 영험해 보이는 큰 나무가 식감을 플러스 알파하는 게 있다. 연인이나 애 없는 신혼이 오기 좋은 레스토랑인 건 분명하다. 아기와 오기에는 비추다.
아.. 여기서 주는 물은 먹으면 안 될 것 같다. 뭣도 모르고 두세 모금 꿀꺽꿀꺽 먹었는데, 냄새에 민감한 와이프가 수돗물 냄새가 난다고.. 뭐 아닐 수도 있지만, 밥 먹고 바로 화장실을 갔던 것을 고려할 때 물갈이의 위험성이 있다. 스파클링 워터 같은 것 먹기를 추천.
밥 먹을 때 살짝 신나 보이던 와이프는 내가 화장실 간 사이 전자레인지에 미리 데워 두었던 밥을 먹지 않겠다는 아이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고,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날도 덥고 다시 호텔로 돌아가서 쉬자는 아내의 의견이 있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랜드마크인 세인트폴대성당은 봐야하지 않겠느냐는 내 의견이 받아들여져, 여행 책자에서 그리고 블로그에서 수없이 봤던 거길 갔다.
여기가 세인트폴대성당 가는 길목에 위치한 육포골목이다. 갔는데 이렇게 인산인해.. 월요일 낮인데 마카오 여행 온 사람은 다 여기 있는 것 같았다.
인산인해2.
가톨릭 신자로서 왠지 저 위에를 올라가 보고 싶었으나 와이프 표정이 점점 어두워져 포기했다. 맘카페 엄마들이 왜 애기 데리고 여긴 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는지 이해가 될 것 같았다. 사람에 치인다.
그냥 호텔로 돌아가기가 다시 못내 아쉬워진 나는 바로 옆에 있는 몬테 요새만 찍고 돌아가자고 와이프를 설득했다.
결국 와이프는 딸과 밑에서 기다리고 나만 구경했다. 저 멀리 보이는 특이한 모양의 건물이 셋째날 점심을 먹은 리스보아 호텔. 마카오반도의 또다른 랜드마크다.
저녁은 베네시안 호텔에 위치한 북방관(North)에서 먹었다. 호텔 내부인데 으리으리.. (feat 싸구려 향수 냄새)
탄탄면, 가지요리, 샐러드 등을 먹었는데 가성비가 좋았다. 추천할 만함. 탄탄면은 내 저렴한 입에는 불닭볶음면 같았다. 다만 좀 더 맵고 맛있음.
아기의자가 있었지만, 아기 수저나 스푼은 받지 못 했다. 있는데도 안 줬다면 센스가 빵점인 것이고.. 셋째날 체크인한 JW 메리엇 호텔 조식 레스토랑 말고는 그 어디에서도 아기 수저나 스푼을 알아서 챙겨주지 않았다. 아기와 함께 여행하는 부모들 기분 상할 수 있는 마이너스 요인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구내염이 생겨 버린 딸이 뭘 먹질 못 하고 아프다고 짜증을 많이 내서 여기서도 밥이 입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넘어가는지 모르게 먹었다. 엄마 아빠 때문에 딸이 고생..
앞에 보이는 건 시티 오브 드림.
윈팰리스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왔으나 아기가 유모차에서 잠이 들어 버려서 못 탔다. 그깟 케이블카가 대수.
이 호텔 내부도 들어가 봤는데 정말 좋다. 일단 스튜디오시티나 파리지앵, 베네시안 등등에서 나는 싸구려 향수 냄새가 안 나서 좋다. 다음에 마카오 오면(그럴 일은 아마 없을 것 같지만) 여기서 묵을 것 같다.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이건 레고로 만든 스튜디오시티 호텔의 모습임. 저기 8자처럼 보이는 것인 골든릴이라는 대관람차다. 케이블카 못 타서 관람차라도 타러 왔는데 8시 영업 마감이라 못 타고 방으로 돌아감.
생일이라고 와이프가 케잌 준비해 놓음. 글이나 사진으로 표현을 못 했지만, 하루 종일 유모차 끌고 다니며 전쟁 같았던 하루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식구가 함께 달달한 초코 케잌을 먹으며 지금 이 순간만큼은 참 좋다고 생각했다.
딸은 18개월만에 처음 먹어 보는 초코 케잌이었는데, 집에 와서도 생각이 나는지 아빠만 보면 아기 식탁에 그려진 조각케잌을 가리키며 사달라고... 귀여운놈..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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