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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일상

올해 목표

by 오송인 2019.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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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긴데 대학원 입학 이후로는 내일은 없는 경주마마냥 달려 왔다.


대학원 입학한 이후부터 계산하면 이제 나도 10년차다.


전문가 취득 이후로는 4년차고.


올해는 덜 달리고 일 덜 벌리고, 가족에게 집중하는 것이 목표다.


와이프는 이런 내 얘기를 듣고 일기 좀 쓰라고 핀잔을 주는데, 틀린 말도 아니다.


성과중심적 목표 설정과 그에 수반하는 안티마음챙김적 생활이 병이라면 병이다.

 

상담심리사 2급은 공개사례발표 두 번 정도만 채우면 되는데 센터를 2월까지만 하는 상황에서 힘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야기를 샛길로 조금 돌리면, 아무리 초보 상담자라지만 회기당 1만 얼마 받고서는 내담자에게 집중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나오게 됐다. 만 4년을 일해도 회기당 상담료가 고작 몇천 원 오른다. 


비정상적인 급여 시스템인데 굉장히 정상적으로 오래 굴러가고 있는 게 신기할 정도다. 다들 의리로 붙어 있는 것인가?! 


상담은 열정페이라는 인식에 이런 준국가기관들이 앞장서서 기여하고 있지만 상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고 내담자 확보 자체가 안 되는 상황에서 초심 상담자들이 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많지 않기에 울며겨자먹기로 이런 곳에 들어가서 일할 수밖에 없다.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경력을 얻고, 애석하게도 상담자로서의 자존감을 조금 잃었다. 아니 엄밀히 말해, 자존감을 형성해야 되는 시기에 마이너스된 감이..; 동병상련까지는 아니더라도 무급으로 ㄱ고생하고 있는 임상심리 수련생들의 심정이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일부 공감도 되고..


상담심리사 2급은 올해 안 되면 내년을 기약해야 할 것 같고(그래도 필기는 볼 생각이다), 늘어만 가는 병원 로딩 잘 버티면서 내년에 이직할 수 있는 곳을 가을 이후부터 살펴야 할 것 같다. 딸린 식솔만 아니었으면 바로 그만 두고 싶을 정도의 로딩이다. 주5일에 거의 풀 네 개인 말도 안 되는 로딩인데 딸과 와이프 얼굴을 생각하면서 어떻게 버텨내는 중이다. 동료 선생님도 의지가 되고. 


임상 쪽이나 상담 쪽이나 어디든 상황이 좋지 않다. 불안감에 지난 한 해 몸을 좀 혹사시켜 가면서 가열차게 일했다. 묵혀 두었던 논문도 퍼블리쉬 하고 분명 가시적인 성과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흉흉한 때일수록 내면을 잘 지키고 가족을 생각하는 게 현명한 판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섣불리 움직이기보다 숙고하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인생은 길고, 소진되느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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