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밀리의 서재를 통해 읽은 책입니다. 밀리의 서재에서 가입 후 한 달 동안 공짜로 책을 볼 수 있게 해주는데, 꿈의 해석까지 네 권 읽었고, 현재 몸은 기억한다 라는 트라우마 관련 책을 읽는 중입니다. 출퇴근길에 읽거나 듣는 재미가 쏠쏠해서 한 달 채운 후 유료결재할까 생각 중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책은 종이책이지!'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시대의 흐름을 무시할 수 없어 보입니다. 좋은 서비스 같아요.
책 얘기로 돌아와서, 역자가 번역을 잘 해놓아서 읽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으나 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흥미롭게 읽은 것은 이 책에 프로이트 이론의 배아라 할 만한 것이 담겨 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꿈을 통해 무의식/전의식/의식이라는 마음의 지형과 그들 간의 역동을 이해하는 과정이 즐겁습니다.
프로이트는 꿈의 존재 이유를 소망충족으로 꼽습니다. 현실에서 충족되기 어려운 무의식의 소망이 꿈에서 대리적으로 충족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충족의 과정에는 전의식의 검열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무의식의 소망과 날것 그대로 직면할 수 있을 만한 깜냥을 지닌 인간은 없다고 여겨집니다. 그건 마치 판도라의 상자와 같아서 무의식과 대면하는 순간 인간은 현실과의 접촉을 상실할지 모릅니다. 이런 위험을 전의식이라는 검열관이 압축이나 상징, 대치와 같은 방식을 통해 축소시키죠.
검열 덕에 무의식의 소망과 대면하지 않아도 되지만 검열을 통해 나온 꿈의 내용이 과연 무의식의 소망충족과 무슨 상관인지 알아볼 수 없게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검열이 작동하기에 꿈을 기억한다는 것 자체가 주의와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이상 어려운 일이고, 설령 꿈을 어느 정도 기억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꿈의 내용이 뭘 의미하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죠. 하지만 프로이트는 주관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꿈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과학적 방법을 찾고자 강박적인 수준으로 천착했고, 이러한 노력이 정신분석이라는 그의 이론적 토대가 되었을 것임에는 이견이 없을 것 같습니다.
꿈은 한 사람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갈등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왕도일 수 있습니다. 저는 최근에 제가 꾼 두 꿈에서 저도 몰랐던 저의 속내를 의식의 차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의식적으로 인정하기에는 너무 부끄러운 내용이라 차마 글로 적을 수는 없지만 제 안의 아이 같은 소망과 일종의 특권의식이 어른스럽게 행동하고자 하는 제 의식 수준과 충돌하면서 다양한 신경증적 양상이 나타날 수 있겠구나 생각하니, 프로이트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바가 무엇인지 어렴풋하게나마 이해가 되더군요.
그렇습니다. 꿈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내면 갈등과 갈등에 대한 방어와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신경증의 출현을 이해하는 것의 다름이 아닙니다.
신경증 증상들은 갈등을 일시적으로 종결짓는 타협의 결과이다. 한편으로 그것들은 무의식에게 흥분의 배출을 허용하는 배출구 역할을 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 무의식을 지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전의식에 부여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