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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학/심리평가

치매 진단은 어떤 식으로 내리나요?

by 오송인 2019.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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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는 대중에게 노년기 질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치매는 이른 나이에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모든 연령과 다양한 병인을 아우르는 치매 개념이 DSM-5의 신경인지장애(Neurocognitive Disorder)입니다. 이 글에서는 노년기에 발생하는 신경인지장애에 초점 맞춥니다. 이에 편의상 대중적인 의미에서의 치매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인구가 고령화됨에 따라 암에 대한 걱정만큼이나 치매 걱정을 하게 됩니다. 내 부모님이 혹은 나 자신이 치매는 아닐까 걱정하게 되는 사람의 비율이 5~6년 전에 비해 확연하게 증가하고 있지 않나 느끼게 됩니다. 기대수명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가능한 한 정신의 명료함을 오랫동안 지속하고 싶은 바람이 크기 때문에 평소와 다른 증상을 경험하거나 그러한 증상이 가족들에게 관찰되는 경우 서둘러 가까운 보건소나 병원을 찾게 됩니다. 정신건강 서비스 종사자 입장에서 문재인 캐어의 구체적인 실행 방향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마는 치매 조기 선별에 들이는 국가적 노력 자체는 긍정적이라 생각합니다.

 

본론으로 들어와서, 그렇다면 치매는 어떻게 진단하는 것일까요?

 

치매 증상은 매우 다양합니다. 기억력 저하뿐만 아니라 언어적인 문제, 정서적인 어려움, 행동에서의 충동성 증가, 환각 경험, 길 찾기의 어려움, 일상생활 전반에서 경험하는 무기력 등, 대부분의 정신장애처럼 치매는 매우 이질적인 증상의 집합이며, 이는 치매 진단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매를 지닌 환자가 경험하는 증상의 몇 가지 범주가 있습니다. 치매의 진단적 정의에서 핵심은 점진적인 인지장해입니다. 이에 진단에서 우선적으로 초점을 맞추는 것은 인지적인 측면입니다. 인지는 다음 여섯 가지 영역으로 나뉩니다.

 

1. 학습 및 기억력

2. 실행기능

3. 복합 주의력

4. 언어 능력

5. 시지각-운동 능력

6. 사회인지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학습 및 기억력은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거나 이전에 학습한 정보를 회상하는 능력입니다. 이 능력에 문제가 생기면 듣거나 본 것을 금방 잊어버리고, 심할 경우 자기 이름을 잊어버린다거나 가족이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 하는 수준에 이릅니다.

 

실행기능은 식사를 차리거나 제 때 약을 먹거나 금전관리하는 데 필요한 계획 및 조직화, 추상화 능력 등을 포괄합니다. 적절한 상황 판단 및 문제해결에 중요한 인지 영역으로, 이 능력이 저하되면 일상의 다양한 장면에서 적응상의 어려움이 반복되며 외출을 하는 것을 꺼리게 되고 집에서만 지내는 모습을 보이기 쉽습니다.

 

복합 주의력은 시각 및 청각 자극에 대한 주의력으로 이 능력이 저하되면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어렵고, 특히 다양한 자극이 동시에 주어질 때 쉽게 주의분산되면서 필요한 정보를 놓치기 쉽습니다. 몇 초 동안 어떤 정보를 머릿속에 유지하는 것이 어렵고, 예전에 비해 일상적인 일을 처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언어 능력은 말을 이해하는 능력, 생각한 바를 조리있게 표현하는 능력, 필요한 단어를 인출하는 능력 등을 포함합니다. 언어 능력 저하로 인해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 할 뿐만 아니라 말의 조리가 없어지고, 필요한 단어를 적절히 인출하지 못 해 말이 모호해지며, 말의 양(발화량) 자체가 확연히 줄 수 있습니다.

 

시지각-운동 능력은 어디무엇이 있는지 정확히 지각하는 능력 및 도구를 다루고 식사/배변/옷입기 등에 관여하는 기본적 운동 능력을 가리킵니다. 이 능력이 저하되면 길을 잃는다거나 이전에 잘 다루던 기기를 다루지 못 하게 되는(예를 들어, 운전)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사회인지는 자기 및 타인의 생각, 감정, 동기 등을 인식하거나 추론하는 능력으로 대인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인지적 능력입니다. 이 능력이 저하될수록 충동적이거나 공격적, 외설적으로 보일 때가 많아 가족들은 환자의 성격이 변한 것 같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이 여섯 가지 영역은 모두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성격변화는 사회인지뿐만 아니라 실행기능 저하와도 관련 있습니다. 길을 잃는 것은 시지각적 문제일 뿐만 아니라 기억력이나 주의력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여섯 가지 영역 중 하나 이상에서(보통 두 영역 이상에서) 눈에 띄게 기능이 저하되었다고 추론할 만한 근거가 있고 이로 인해 환자의 일상생활에 다양한 어려움이 발생하여 도저히 혼자서는 생활해 나갈 수 없다고 판단될 때, 그리고 다른 정신장애(예를 들어, 주요우울장애, 조현병, 알코올 사용 장애)로 이러한 증상 집합을 설명하기 어려울 때, 정신과 혹은 신경과 의사가 치매 진단을 내리게 됩니다. CTMRI에서 뇌 구조의 이상 소견까지 발견된다면 진단의 정확성이 높아지겠죠.(주석 1 참고)

 

일상생활에서의 어려움은 크게 두 가지 영역으로 분류됩니다.

 

Basic Activities of Daily Living

1. 보행

2. 옷입기

3. 몸단장

4. 목욕

5. 식사

6. 배변

 

Instrumental Activities of Daily Living

1. 교통수단 이용

2. 전화기 사용

3. 식사준비

4. 약물복용

5. 금전관리

6. 집안살림

7. 빨래

8. 쇼핑

 

치매 평가 시 앞서 언급한 인지 장해와 일상생활 기능 저하 여부를 확인하는 것뿐만 아니라 BPSD까지 평가하여 치매의 심각도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됩니다. BPSD는 이전에 설명한 적이 있으니 링크를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주석 1) 한 가지 유의해야 하는 것은 신경심리평가에서 정상 범위에 속하지만 MRI상에서 이상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신경심리평가에서 명확하게 이상 범위에 속하지만 MRI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입니다. 이럴 때는 치매 진단을 할 수 없을까요?

 

단순히 신경심리평가나 MRI 검사 결과만 가지고 진단하는 것이 아니며 보호자나 환자 면담을 통한 정보 또한 검사 결과만큼이나 비등하게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환자의 외양, 언어적/비언어적 행동 양상, 정서 상태, 말의 유창함이나 이해력, 증상에 대한 환자 본인의 인식 수준, 학력, 과거 정신과 치료 이력, 혈관성 질환을 비롯한 신체 질환 유무, 알코올 남용 여부 등등을 검사 결과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진단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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