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능검사를 어디서 누구에게 받아야 하나요?
이 글의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아이의 지능이 궁금하다면 가급적 정신과에서 임상심리전문가나 정신건강임상심리사(1급 혹은 2급)에게 검사 받으시는 게 좋습니다.
지능검사 시행 자체는 매뉴얼 보고 하면 되니 그리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검사 결과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다년간의 교육과 임상 경험이 필요합니다. 정신과에는 심리평가에 관한 적절한 수준의 지식과 경험을 갖춘 임상심리전문가나 정신건강임상심리사(1급 혹은 2급)가 상주해 있을 때가 많으니 방문하고자 하는 정신과에서 임상심리전문가나 정신건강임상심리사(1급 혹은 2급) 자격을 지닌 사람에게 지능검사를 받을 수 있는지 꼭 확인하시고 방문하시길 바랍니다.
발생가능한 다른 현실적 이유를 말씀드리면, 내 아이의 지능이 실제로 지적장애 수준으로 나왔을 때 이에 관한 장애진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정신과뿐이며, 일반 사설 심리상담 센터 등에서 지능검사를 시행했다 하더라도 장애진단을 위해 정신과에서 지능검사를 다시 시행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돈이 두 번 든다는 것이죠. 내 아이 상태가 염려되고 마음이 불안한데 검사한 지 얼마 안 돼 돈을 또 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화나는 게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2. 지능검사를 왜 받으려 하나요?
조금 더 원론적인 수준에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내 아이의 지능을 알고 싶어하는 부모의 속사정은 저마다가 다를 것 같습니다. 그 속사정을 몇가지 범주로 단정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심리학자이자 부모인 제 입장에서 보자면 지능검사는 집이나 학교에서 눈에 띄는 여러가지 행동문제가 발생하여 빈번하게 아이가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게 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받을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특히 집 안팎에서 별다른 문제를 보이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업성취도를 더 높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아이 지능의 세부적 특성을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라면 지능검사를 안 받으셨으면 합니다.
미국에서 지능검사의 애초 개발 배경은 지능이 매우 낮은 사병을 가려내기 위함이었습니다. 지능검사 도구(특히 웩슬러 지능검사)는 시간이 흐르는 가운데 발전을 거듭했습니다마는 이러한 기본 목적은 변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능이 평균상 이상(110 이상)이면 살아감에 있어 많은 이점을 지니겠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인간사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지능이 최우수(130 이상)여도 불행한 사람이 있고 지능이 평균하(80에서 89까지) 수준인데도 책임감 있고 성실하게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사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지능이 경계선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이상 지능은 한 개인의 삶을 결정하는 수많은 요소 중 하나로 기능할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도 언젠가 '학부형'이 될 입장에서 아이 지적 능력의 강점은 살리고 약점은 보완하며 학업성취에서 최대의 성과를 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제 생각에는 아이에 대한 그 관심을 학업이 아닌 아이의 마음 상태에 대한 관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아이 마음 상태에 대한 관심과 부모-자녀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능검사가 포함된 종합심리평가를 받아보는 것은 필요한 일일 수 있으나, 단순히 공부 효율 증진이나 성적 향상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능검사를 받게 한다면 아이도 부모의 의도를 모르기 어렵고, 이 경우에 부모의 애초 의도와는 다르게 공부가 더 하기 싫고 지겨워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부를 왜 잘했으면 하나요? 왜 좋은 대학에 보내려 하나요? 결국 아이가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 아닌가요? 아이의 전반적인 삶의 질을 예측하는 주요 변수는 지능검사 점수가 아니라 부모-자녀 간의 안정적인 애착입니다. 학업성취가 좋아도 이 안정적인 애착이 부재한 경우 삶의 다양한 어려움에 처해 쉽게 좌절할 수 있습니다. 행복은 성적순 대학순인가요? 20대 때까지만 해도 그렇다고 생각했지만, 고통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고 성적이나 대학간판이 고통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예측하는 것은 아님을 깨달은 지금은 전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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