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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학/정신병리

아동 및 청소년에서의 자살행동: 유병률과 위험요인

by 오송인 2019.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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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이후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입니다. 자료 찾아보면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이고 교통사고보다 높은 비율인 것을 보며 놀랐습니다.

 

미국 청소년(15-19)에서의 자살로 인한 사망 비율이 인구 10만 명당 8.26명입니다. 한국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지만 거의 비슷합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남자 청소년의 자살시도율은 2.2%이고 여자 청소년은 4.1%입니다. 그리고 바로 위 표에서 보듯이 9-11세 아동에서의 자살시도율은 1.1%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금도 죽으려고 시도하는 초등학생이 어딘가에 있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자살시도(suicide attempt)는 죽으려는 명시적 혹은 암묵적 의도를 지닌 자기파괴적 행동을 의미합니다. 죽으려는 의도 없는 자해 행동(non-suicidal self-injurious behavior: NSSI)과는 구별됩니다.

 

자살(suicide)은 자살시도가 사망으로 이어진 경우입니다. 사망으로 이어진 국내 청소년의 자살 방법을 조사한 2000년의 연구를 살펴보면(김기환과 전명희, 표본수 153) 가장 높은 비율이 투신(60.7%), 그 다음이 목매달기(22.7%)로 나타납니다. 감기약이나 수면제를 통한 음독(6.7%)은 세 번째입니다.

 

자살시도로 이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삶의 어려움에 처해 자살사고(suicidal ideation)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자살사고는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낫겠다’, ‘내일 아침에 눈을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처럼 수동적인 형태의 자살사고와 명확한 계획 및 의도를 지닌 능동적 형태의 자살사고로 구분합니다.

 


 

아동청소년에서의 자살이 매우 드물고, 자살사고 및 자살시도와 위험요인을 공유하기 때문에 위험요인을 통해 누가 실제로 자살할지 과학적으로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위험요인이 보통 대인관계나 학업에서의 뚜렷한 지장에 연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러한 요인들을 식별하여 치료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의미있는 작업일 수 있습니다. 이하 몇 가지 위험요인을 설명합니다.

 

1. 계획과 의도가 분명한 자살사고자살사고를 자살시도로 옮기려는 의지의 정도가 향후 자살사고 및 자살시도, 자살 가능성을 예측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입니다. 자살시도를 한 청소년의 15~30% 정도가 3개월 안에 또 다시 자살시도를 할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입니다. 자살시도는 자살이 발생할 가능성을 10배에서 많게는 60배가량 증가시키기 때문에 자살시도를 한 아동 및 청소년은 최소한 3개월 정도는 각별한 관심과 돌봄이 요구됩니다. 특히 자살시도가 자살로 이어지지 못 한 데 대한 유감을 표현할 때 더욱 주의를 요합니다.

 

2. 자살시도의 동기 또한 중요합니다. 세상은 더 살 가치가 없다는 마음이었을 수도 있고, 가치로운 부분도 있지만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상황이나 심리적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자살시도라는 방법을 택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누군가가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서 그 분노가 자신에게 향했을 수도 있고, 누군가로부터 지지나 관심을 얻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지만 그럼에도 동기를 세밀히 탐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자살사고나 자살시도에는 촉발인이 있습니다. 아동의 경우 부모-자녀 간의 갈등이 촉발인이 될 수 있습니다. 청소년의 경우에는 또래관계에서의 어려움(. 따돌림/괴롭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촉발인을 확인하여 자살시도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4. 정신장애를 지닌 환자에서 자살사고와 자살시도 비율이 높습니다. 그 중에서도 우울장애와 양극성장애를 지녔을 때, 특히 양극성장애 급속순환형(with rapid cycling: 1년간 조증, 경조증 또는 우울증 등의 기분삽화가 4번 이상 나타남. 증상의 심한 변동이 특징적이고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음.)이나 혼합형(with mixed features: 조증 혹은 경조증 삽화에 우울 증상이 수반되거나 우울 삽화에 조증/경조증 증상이 수반되는 것.)에서 자살시도 및 자살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5. NSSI, 폭음, 섭식 행동에서의 이상(폭식, 거식), 위험한 성행위 등과 같이 건강위험행위(Health Risk Behaviors)를 이루는 행동 양상이 자살사고 및 자살시도와 관련 있기 때문에, 자살행동 평가 시 이에 대한 평가가 필요합니다. 건강위험행위와 관련 있는 위험요인은 충동성, 미흡한 문제해결 능력, 부모-자녀 간의 유대 부족, 부모-자녀 간의 갈등. 아이에 대한 부모의 관찰 및 지도 부족, 학교 부적응, 일탈 행동을 하는 또래 친구 여부 등이 있습니다.

 

6. 성격적인 요인도 있습니다. , 충동성, 충동적 공격성(좌절이나 타인의 도발을 경험할 때 적대감이나 공격성으로 반응하는 경향), 죽음과 자살행동을 자기 정체성의 일부로 여길 가능성을 높이는 인지적 편향, 이성보다 동성에 대해 신체적, 정서적, 성적으로 더 매력을 느끼는 경향 입니다. 특히 마지막 특성은 가족이나 또래로부터의 거부, 과거 학대 이력과 상관이 있고, 결과적으로 기분장애, 물질 사용 장애, 자살행동의 가능성을 증가시킵니다.

 

7-1. 자살시도를 했거나 자살한 청소년의 부모에서 대조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높은 비율의 우울증, 물질 남용, 공격적 행동 경향이 나타납니다. 자살시도를 한 청소년이나 자살한 청소년을 1촌으로 둔 가족은 자살행동 위험성이 2~6배 정도 증가합니다. 부모가 우울증이 있고 자살시도를 한 경우 우울증이 있고 자살시도를 한 적이 없는 부모를 둔 경우보다 자살시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자살시도의 가족력이 뚜렷한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자살행동이 더 이른 나이에 나타나기 쉽습니다. 세대 간의 이러한 전승은 충동적 공격성에 의해 매개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즉 충동적 공격성이 기분장애 발생을 예측하고 결과적으로 자살시도 가능성을 높인다고 합니다.

 

7-2. 가족환경적인 요인도 고려해야 합니다. 부모-자녀 간의 불화, 지각된 지지체계 결여, 높은 수준의 비판과 처벌 등은 아동의 자살시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요인입니다. 반대로 부모-자녀 간의 따뜻한 유대와 부모의 적절한 지도, 함께 활동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은 보호요인입니다. 부모의 정신과 입원이나 사망은 자살시도 가능성을 높이는 위험요인입니다. 특히 부모가 12세 이전에 사망한 경우가 그렇습니다. 임상적으로 가장 영향력이 큰 가족 환경적 위험 요인은 학대입니다. 신체적, 성적, 정서적 학대와 신체적 방임이 모두 포함됩니다. 학대의 심각도가 높을수록(특히 심한 성적 학대) 자살시도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8. 대중매체를 통해 누군가의 자살행동을 접하게 되는 것 또한 위험요인입니다. 아시다시피 자살의 전염성이랄 만한 게 있습니다. 특히 영향력 있는 누군가의 죽음이 낭만적으로 포장될 때 그러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자살 보도 기준이 2018년에 개정됐다고 하니 궁금하신 분은 이 곳을 클릭하세요.)

 

 

ref)

 

이 글은 Karen Dineen WagnerDavid A. Brent가 쓴 Suicidal Behavior in Children and Adolescents에 대부분 근거합니다.

 

김기환, 전명희 (2000). 청소년 자살의 특성과 유형에 관한 연구. 한국아동복지학회 학술발표논문집, 113-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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