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임상심리학/상담 및 심리치료

[현대 심리치료와 상담 이론] 8장 인간중심치료

by 오송인 2019. 12. 29.
반응형

대학원 입학을 위해 상담이론을 공부할 때 인간중심치료를 접한 이후로 이 치료접근을 배울 기회가 없었습니다.

 

심리치료 경험과 심리치료에 관한 배경지식을 조금 쌓은 후 이 치료접근에 대해 공부하니 추상적인 개념들이 조금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해리 스택 설리반은 건강해지려는 자생적 경향(the tendency toward health)을 인간이 지녔다고 봅니다. 마찬가지로, 설리반과 거의 동시대를 산 칼 로저스 역시 실현 경향성(actualizing tendency)을 통해 인간이 지닌 잠재적인 힘을 말합니다.

 

실현 경향성이 저해되는 이유로서 가치의 조건이 자기와 경험의 불일치를 야기하기 때문이라고 보는 로저스의 견해는 거짓자기와 참자기의 분리에 관한 말한 로널드 랭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주관적 현실로서의 현상적 장을 내담자와 협력적이고 공감적인 태도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 지점은, 실체가 어떻든지 간에 의식의 영역에서 지각된 내용이 중요하며 협력적인 경험주의적 접근을 통해 이를 이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보는 인지치료자들의 관점과 유사합니다.

 

심리치료의 정수를 담아 놓은 인간중심치료지만, 실제 치료접근에서 어떤 식으로 활용가능한지에 관해서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권석만이 지적했듯이 로저스는 구체적인 치료 과정이나 기법에 관한 지침을 남기지 않았고 이는 초심상담자가 이 이론을 상담에 적용하는 데 있어 걸림돌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챕터를 읽으면서 진실성,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 공감적 이해에 관해 보다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됐다는 데 개인적인 의의를 둡니다.

 

진실성은 내담자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어떤 내적 경험이라도 있는 그대로 자각하여 수용하는 태도를 의미하는 듯합니다. 낸시 맥윌리엄스가 심리치료에서 매우 중요한 덕목이라고 본 심리적 정직성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진실성이 치료자의 내적 경험에 대한 비판단적 태도를 의미한다면,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은 내담자의 말이나 행동에 대한 비판단적 태도를 의미합니다.

 

약간 곁길로 새자면, 진실성과 비판단적 태도를 치료 장면에서 견지할 수 있으려면 치료자가 이미 상당한 수준의 인격적 성숙을 이루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전문가라는 타이틀 뒤에서 판단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쉬운 길을 두고 자신의 성격을 치료 장면에 그대로 가져오면서 비판단적인 태도를 갖기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치료자가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이자 이상이지만 실제 상담에서 이것을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자각하고 있어야 합니다. 

 

공감적인 이해는 진실성과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에 기초합니다. 공감은 치료자가 자기자신과 내담자를 분리된 존재로 경험하면서도 마치 내담자인 것처럼 내담자의 경험을 치료자의 마음 속에서 시뮬레이션하는 것입니다. 이런 공감적인 이해가 가능하려면 내담자와 협력적으로 사례개념화를 업데이트해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내담자의 경험에 너무 몰입함으로써 내담자와의 경계가 사라지게 되면 그 상담은 내담자 상담이 아닌 자기 자신에 대한 상담이 돼 버립니다. 반대로 내담자의 경험으로부터 너무 거리를 두게 되면 내담자가 상담을 안전하다고 느끼기 어렵습니다. 진실하다고 느끼기 어려운 상담자를 신뢰하기란 어렵습니다. 내담자 입장에서 보자면, 나를 온전히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게 인지상정입니다. 

 

진실성,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 공감적 이해는 치료기법이라기보다 앞서 언급했듯 치료자가 도달하고자 하는 이상에 가깝습니다. 치료자 각자의 개성을 통해 이 이상이 드러날 수 있도록 궁리하고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