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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부

영어 습관 547일째, 그간의 변화

by 오송인 2020.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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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15일에 집에서 뒹굴러 다니던 짤막한 영어 소설을 완독했다. 50페이지가 채 안 되는 쉬운 영어였기에 금방 읽었다. 와이프가 호주에 워킹홀리데이 갔을 때 현지에서 영어공부용으로 산 책이라고 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문득 영어를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영어 공부를 진득하게 한 것은 고등학교 때 수능 영어밖에 없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는 영어 공부를 거의 하지 않았다. '전혀'가 아니라 '거의'인 것은 대학원 입학을 위해 2009년 무렵에 한두달 독학으로 텝스를 공부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서울대 심리학과 원서제출 기준인 구텝스 700점에 한참 못 미치는 450점인가를 받았다. 

그 이후로 또 영어 공부를 손에서 놓았다. 내가 대학원 다닐 때는 파파고 같은 똑똑한 번역기도 없어서 영어 때문에 정말 갖은 고생을 다 했으나 바쁜 대학원 스케줄에 따로 영어를 공부할 만큼의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워서 영어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거의 삼십 몇 년을 영어공부와는 거리가 멀게 지내오다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2018년 광복절부터 영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제 햇수로 3년차고 만으로는 1년 6개월 채웠다.

 



1년 6개월 동안의 변화라면 일단 영어로 된 책이 더이상 두렵지 않다. 오픈챗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원서를 읽고 통계적으로 기록 중인데, 어제까지 누적일수 259일, 누적분량 2228쪽, 누적시간 167.8시간이다. 하루 평균 39분 가량 읽었다. 이런 과정을 거친 결과 이제 한글책 보는 것처럼 원서가 익숙해졌다.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은 파파고에 넣어 보면 이해가 될 만한 수준의 퀄리티로 번역이 돼 나온다. 내가 번역한 것보다 훨씬 나을 때도 많다. 좋은 세상이다. 원서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기 때문에 현재 목표는 더 빠르고 더 정확하게 읽는 것이다. 

리딩 속도를 높이는 것과 문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력은 실상 같이 가는 것이기에 다양한 텍스트 읽기를 통해 문장구조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문장구조에 익숙해지는 만큼, 즉 작업기억에 부담이 덜 가는 만큼 문장이해력과 속도가 향상되게 마련이다. 호흡이 긴 문장이라 하더라도 슥 읽으면 직관적으로 머릿속에 이해되는 느낌이랄까. 번역 과정을 거쳐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를 영어 자체로 이해하는 것이 익숙해졌고, 여러 원서를 동시에 읽으며 이 과정을 반복 중이다.

두 번째 변화는 무작위로 각기 다른 영어 팟캐스트 10편을 들으면 그 중 6~7개는 핵심적인 요지와 요지를 뒷받침하는 대략적인 논리 흐름이 귀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오더블에서 3시간 40분짜리 픽션을 한 편 꾸준히 들었는데 내용에 몰입이 되고 다음 번 리스닝이 기다려지는 순간도 있었다(전혀 예상치 못 했던 반전이 있는 픽션이다). 이 픽션의 영어 난이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이었겠지만, 한글소설을 듣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느낌에 영어 리스닝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를 고취할 수 있었다. 계산해 보니 리스닝 시간을 기록한 지난 97일 동안 하루 평균 40분 정도 영어 리스닝을 하고 있다. 오늘부터 100일 동안 평균 1시간대로 끌어올리는 것이 단기 목표다. 6월경에 텝스 시험을 봐서 리스닝 백분위를 확인하고자 하는데 작년 12월 초에 37%ile이었으니 평균으로부터 1표준편차 지점인 84%ile까지 올리는 것이 목표다.

세 번째 변화는 다양한 가능성에 관해 꿈꾸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영어 공부가 습관이 되고 생활이 되면서, 영어라는 언어적 이점을 지녔을 때 어떤 선택들을 해볼 수 있는지 상상하는 순간들이 많아졌다. 현실적인 수준의 상상은 국내 박사 진학을 했을 때 보다 수월하게 저널이나 원서를 읽고 이해하여 이를 세미나 시간에 후배들과 나누는 상상이다.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박사를 하게 되면 석사생들과의 세미나도 주관해야 하고 석사 논문 서포트도 해야 할 때가 있다. 지도교수님이 모든 것을 커버하지 못 하니 박사가 구멍난 부분을 메워야 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 때 영어 능력이 많은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영어 텍스트를 시간효율적으로 읽을 수 있는 능력은 연구 능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박사를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영어는 피할 수 없는 산이다.

조금 덜 현실적인 상상은 아무래도 해외 랩에 지원하는 것이다. 싱글이라면 해외 박사 지원이 그렇게 비현실적인 일도 아니겠지만(지원 가능한 공인영어 점수가 있는데도 지원 안 해보는 게 내 생각에는 더 비현실적이다), 토끼(의 탈을 쓴 호랑이)같은 와이프에 자식 둘을 데리고 타국에 나가 생활한다는 건 언어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상당한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도전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영어 공부를 계속 하다보니 아주 가끔 지원 가능한 분야를 서치해 보기도 하고, 이미 해외 박사로 유학을 가 계신 분의 블로그도 들어가 보게 되고 그렇다.



영어 공부 습관, 특히 원서 읽기 습관은 내 모든 습관의 초석이다. 원서 읽기 습관 덕에 생활이 한층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변화하였다는 게 어찌 보면 가장 근본적인 변화다. 회사에서는 해야 할 업무가 쌓여 있고 집에서는 육아와 집안일과 아내와의 시간 등이 기다리고 있다. 시간은 원래 쪼개면 늘어나는 것이라 쪼개고 또 쪼개면서 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시간을 쪼개다 보면 자연스레 내 삶의 우선순위는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나라는 사람은 누구인가, 나는 왜 존재하는가 라는 심연의 질문까지 간혹 도달하게 된다.

나는 그렇게 머리가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임상심리 쪽에는 정말 똑똑한 사람이 많다), 내가 남들보다 비교적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게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무언가를 지속하는 힘이다. 공부는 머리가 좋은 사람이 한다기보다 무언가 골똘히 궁리하여 그 궁리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지속적으로 행동하는 힘을 지닌 사람이 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영어 공부를 지속할 것이라는 데 스스로 한치의 의심도 없고, 아마 기회가 닿는다면 국내든 해외든 박사를 할 생각이다. 

 

덧. 영어 원서를 꾸준히 읽고 싶은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과 함께 읽고 과정을 기록하는 것을 추천한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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