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과 대학원 입학시기가 2010년 9월이니 임상심리에 뜻을 품고 달려온 지 이제 10년 꽉 채웠네요.
자격증 취득 시점은 2016년 초이나 대학원에서의 이론 공부와 임상심리전문가 수련생으로서의 임상 경험, 그리고 임상심리전문가 취득 후에 이어진 임상 경험 및 이론 공부를 모두 포괄한다면 경력 10년차의 전문가라고 말해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실 경력 OO년차 전문가라고 말하는 게 뭔가 좀 부끄럽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임상심리전문가로서 내담자나 환자를 만날 때마다 늘 새롭게 배우게 되고, 또 당위적/윤리적으로 '배워야만 하는(!)' 직업적 숙명 같은 것이 있습니다. 스스로의 부족함에 대해 늘 자각할 수밖에 없는 데 따른 전문가로서의 부끄러움 같은 것이 늘 따라다기게 마련이고요.
전문가로서 내담자나 환자에게 더 도움이 되지 못 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데 따른 죄책감을 동기로 삼아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습니다. 상담심리사 자격 취득이라는 눈에 보이는 목표를 설정하여 심리평가나 심리상담에 대한 수퍼비전도 틈틈이 받고요. 아이 둘 키우느라 피곤한 와이프 눈치도 열심히 보면서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여러모로 분초를 다퉈가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2020년 5월 7일부로 블로그 명칭을 잔향심리상담연구소로 바꿉니다. 블로그 개설한 것이 아마도 2006년 4월7일입니다. 대학원 입학 이후 틈틈이 전공 관련 글을 올렸으나 2015년까지만 해도 심리를 전공으로 하는 사람의 블로그라기보다는 잡블로그에 가까웠습니다. 일례로 음악, 밴드생활, 운동 카테고리가 화석처럼 남아 있죠.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정말 손발이 오그라드는 그런 신상 잡기를 겁도 없이 무턱대로 올리기도 했고요.
잔향에 '심리상담연구소'라는 타이틀을 덧붙이는 것에는 여러가지 개인적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우선은 수퍼비전을 지속하며 내담자나 환자의 심리평가에 관한 '연구'를 계속하고 이를 후배들과 나누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저는 수퍼바이지들과 같이 성장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수퍼비전 한 번 할 때마다 최소 5-6시간 이상을 투자합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심리평가 수퍼바이저로서의 역량 강화 기회를 수퍼바이지께서 제게 제공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가르치는 사람이 제일 많이 배웁니다.
두 번째로, 익명의 임상심리전문가에서 실명을 내건 임상심리전문가의 블로그로 옮겨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실명으로 전환한다 해서 문제될 것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블로그를 익명으로 유지하는 것은 실명 오픈에 따른 부담감으로 인해 글쓰는 재미가 반감될 수도 있다는 예상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실명 전환이 이루어질 수도 있습니다. 블로그를 통해 내담자를 구하게 되는 경우들이 앞으로도 간혹 생길 것 같고, 그런 일이 자주 발생한다면 이름을 공개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임상심리전문가로서의 여러 목표 중 하나는 내담자 풀을 확보한 상태에서의 개업이고, 이 블로그는 상담심리전문가 취득이라는 목표와 함께 그 과정을 함께 하게 될 것입니다.
세 번째로 간판은 심리상담연구소인데 실제로 논문을 쓰는 사람은 적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임상심리전문가로서의 또 다른 목표는 Impact Factor 1.0 이상인 영문 저널에 논문을 내는 것입니다. 지금 이 블로그에 매우 티내면서 하고 있는 영어공부의 중간 목표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영문 저널에 논문 내고 있는 임상심리전문가들이 꽤 있죠. 저도 그 분들이 간 길을 가보고 싶다는 (아직은) 막연한 바람이 있습니다.
이러한 목적이 어떤 식으로 풀려나갈지 알 수 없습니다. 제 예상이나 계획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풀려나갈 수 있죠. 좋은 쪽일 수도 있고 안 좋은 쪽일 수도 있습니다. 미래를 알 수가 없으니 더 재미있어지는 것 아닐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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