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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학/정신병리

멜랑꼴리한 우울(melancholic depression)의 개념

by 오송인 2020.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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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꼴리하다는 것의 임상적 개념이 궁금하다는 수퍼바이지의 좋은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DSM-5가 우울증 세부진단을 만들어놓기는 했지만 좀 부족한 느낌이 있습니다. 특히 어디까지가 멜랑꼴리고 어디까지가 멜랑꼴리가 아닌지 가늠하는 것이 애매하죠.

 

멜랑꼴리라는 용어의 기원 자체가 생물학적인 요인에 기반을 두고 있고(즉, 흑담즙) 이런 용어적 기원이 지금 진단체계에도 반영돼 있습니다. 즉 멜랑꼴리는 유전적 특성이 강해서 외부 환경변화에 잘 반응하지 않는 만성적이고 심각한 우울에 가까워요(즉 endogenous depression). 환경적 사건이나 변화의 영향에 따라 기분 변화가 수반되는 reactive depression(혹은 neurotic depression)과 반대됩니다.

 

외부 환경변화에 아랑곳없이 늘 우울하고 자기비판적이고 미래에 대해 비관적 태도를 취하기 쉽고, 생물학적 요소가 강한 만큼 생장증상, 즉 수면 식욕 성욕에서의 이상이 뚜렷합니다. 수면, 식욕, 성욕 모두 감소하고요. 수면 식욕 모두 증가하는 atypical type과 대조됩니다. 정신운동속도도 눈에 띄게 지체되고, 무기력해서 방에서 나와 세수하는 것도 힘든 수준이라야 멜랑꼴리에 해당한다고 보고요.

 

자살사고는.. 저도 궁금해서 찾아보니 어떤 교과서에서는 심할 수 있다고 나오지만 다른 교과서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네요. 멜랑꼴리 환자들은 자기가 이미 죽었다고 여기기 때문에 자살사고가 심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 일리가 있습니다.

 

이런 환자들은 사실 임상에서도 그렇게 보기 쉬운 것은 아니라(가족에 의해 끌려오지 않는 이상 제발로 오는 경우는 드물 수 있겠죠. 오더라도 싸이코틱한 게 심하면 싸이코시스인지 심한 우울에 수반되는 일시적 정신병 증상인 건지 헷갈리기 쉽고요) 개념 정립이 잘 안 될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하고요.

 

더 구분이 어려운 것은 사실 멜랑꼴리라 하더라도 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전혀 안 받는다고 볼 수 없고 reactive depression(혹은 neurotic depression)이라 하더라도 유전을 비롯한 생물학적 영향이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사실 임상에서 구분이 어려울 수 있고, 이에 DSM-5에서도 멜랑꼴리와 반응성 우울을 따로 구분 안 하고 모두 MDD로 분류해 버리는 것 같아요.

 

어떤 사람들은 멜랑꼴리를 독립적인 진단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해요.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3712975/ 심리치료에는 잘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약물치료나 electroconvulsive therapy (ECT) 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TMS) 등을 최우선 치료로 고려하고요.

 


글과는 별 관련 없지만 노래 한 곡 덧붙입니다. 멜랑꼴리하면 떠오르는 앨범이에요. 이 앨범이 나온지 25년이나 지났고 저는 20년 전에 이 앨범을 처음 접했어요. 세월이 무상합니다. 허허..

 

youtu.be/1BmxK5_5r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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