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집단 상담에 다녀왔습니다. 20대부터 50대까지 각 연령층의 초심 상담자가 고루 분포한 집단이었어요. 상담 수련수첩 채워야 하니 별 기대 없이 시간 맞는 데 선택해서 간 것이었는데 제 핵심 이슈에 연관된 감정 경험을 하고 와서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여운이 남습니다.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모습이 자극이 됐어요. 어떤 분은 아이 다 키워 놓고 50이 넘어서 상담심리사 1급을 준비하려는 중이었고 어떤 분은 아이 들쳐업고 다니며 교육을 들었다고 해요. 나만 이렇게 힘들게 사나 시야가 좁아지기 쉬운데 다들 각자의 어려움에 잘 대처해 가며 그렇게 고생스럽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동질감이 느껴지고 위로 받았습니다.
돈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집안 재산 축내기 쉬운 상담이라는 분야에서 우리는 왜 이러고 있는가? 라는 공통된 의문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 길에서 얻는 내적 보상과 만족감, 스스로도 알지 못 하거나 어렴풋하게 알고 있는 어떤 무의식/전의식적 동기 등 단순히 외적 보상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요인들이 있기에 꾿꾿하게 이 길을 가고 있는 것이겠죠.
내가 임상심리전문가로 살아가고 있지만 거의 7-8시간 동안 서로의 얘기에 집중하고 마음을 나누는 경험을 해본 것이 얼마나 되나 돌이켜 보니 11년 전에 집단상담에 참여한 이후로는 처음이더라고요. 아 내가 이렇게 비싼 돈 내고 이 귀중한 주말에 여길 가야 되나 투덜거리면서 갔다가 의외의 심리치료를 받고 왔어요. ㅎㅎ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으면서도 집단의 분위기와 역동을 잘 조율해 내는 집단 리더의 역량에도 감탄했고요. 어느 집단상담이었는지 말씀 드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게 아쉽습니다.
상담심리사 수련 과정이 아니었다면 집단상담 같은 것은 참여할 일이 없었을 텐데, 꼭 상담심리사 준비 과정에 있지 않더라도 한 번쯤 참여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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