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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서평

Running on Empty: Overcome Your Childhood Emotional Neglect / Jonice Webb

by 오송인 2020.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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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기 학대와 방임 중에서 한 개인의 삶에 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방임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학대보다 방임은 측정가능한 형태로 수량화하는 것이 어려워서 연구가 잘 되고 있지 않기도 합니다. 방임의 상대적 영향을 따로 분석하기보다 보통 학대와 방임을 묶어서 연구하는 경향이 있죠. 실질적으로 두 가지가 각기 발생한다고 보기도 어렵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동기 방임 그 자체가 인간의 생애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는 과학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책은 그런 노력의 일환이지만 과학적인 연구 결과에 근거한다기보다 저자 스스로의 임상적 경험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설득력 있게 책이 씌어 있기 때문에 저자의 임상적 경험이 추후 연구의 중요한 토대가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고요.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아이디어는 어렸을 때 발생했던 어떤 트라우마틱한 사건(ex. 학대)보다 정서적 돌봄의 결여와 같은 방임이 성인기의 심리적 어려움을 이해하는 중요한 키라는 것입니다.(우리가 기억하는 어떤 사건보다는 기억하지 못 하는 사건이 더 영향력이 클 수 있다는 말의 다름 아니기도 합니다.)

 

다만 이 책은 부모 또한 아이를 양육할 때 그가 경험했던 범위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아동 발달에 좋지 않은 양육 태도나 방식임에도 그것이 부모가 아동기에 경험했던 전부이기에,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부모 스스로의 눈을 통해 판가름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책에서는 정서적 방임에 연관된 부모의 양육 형태를 아래와 같은 12가지 형태로 분류하여 하나하나 설명합니다.

 

Type 1: The Narcissistic Parent

Type 2: The Authoritarian Parent

Type 3: The Permissive Parent

Type 4: The Bereaved Parent: Divorced or Widowed

Type 5: The Addicted Parent

Type 6: The Depressed Parent

Type 7: The Workaholic Parent

Type 8: The Parent with a Special Needs Family Member

Type 9: The Achievement/Perfection Focused Parent

Type 10: The Sociopathic Parent

Type 11: Child as Parent

Type 12: The Well-Meaning-but-Neglected-Themselves Parent

 

아이가 응당 받아야 하는 부모의 주의 깊은 관심과 정서적 돌봄이 너무 부족할 때 아래와 같은 성격 특성이 형성되기 쉽습니다.

 

1. Feelings of Emptiness

2. Counter-Dependence

3. Unrealistic Self-Appraisal

4. No Compassion for Self, Plenty for Others

5. Guilt and Shame: What is Wrong with Me?

6. Self-Directed Anger, Self-Blame

7. The Fatal Flaw (If People Really Know Me They Won’t Like Me)

8. Difficulty Nurturing Self and Others

9. Poor Self-Discipline

10. Alexithymia

 

저도 이 중에서 몇 가지에 해당되는 것 같고, 사실 이 중 하나도 안 걸릴 사람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그만큼 흔하다고 볼 수 있고, 흔하기 때문에 더 간과되기 쉬운 특성들인 것 같아요.

 

일례로 지금은 많이 인식이 변화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좋지 않게 보는 사회문화적인 인식("남자는 울어서는 안 되고, 울더라도 평생 딱 세 번만 운다.")이 잔존하는 것 같습니다. 감정인식불능(Alexithymia)가 자라기 좋은 토양인 것이죠.

 


 

이 책의 강점은 부모 양육 유형 12가지나 정서적 방임의 결과로 나타나는 위 10가지 성격 특성을 예시를 통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놓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강점으로 극복 방안 역시 비교적 구체적으로 기술돼 있습니다. 특히 자기돌봄에 관한 7장이 좋았어요.

 

An important part of caring for yourself is knowing what you like. Knowing what you like will help you define what you want.

 

위와 같은 문장은 상투적일 수도 있는 말이지만 자기돌봄뿐만 아니라 정체성 형성에서 아주 핵심적인 부분이라 여겨지고요.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 사람도 있단 말이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잘 들여다 보면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안다고 확신하는 사람에게도 미지의 영역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결국 이것도 정도의 차이고 누구나 인식의 지평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인 것이죠.

 


 

끝으로 이 책은 저자가 누차 강조하듯이 부모를 비난하기 위해 씌어진 것이 아니라, 자기감정이해와 자기돌봄을 통해서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좋지 않은 성격 특성이 양육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아래와 같은 말이 위로가 됐어요. 양육자로서 갖는 죄책감은 피할 수 없는 부분이고 그것에 너무 몰두되면 오히려 아이에게 좋지 않기 때문에, 죄책감을 마음 한편에 두면서도 아이와 즐겁게 놀 수 있는 균형잡힌 마음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게 스스로에게도 좋고 아이에게도 좋은 선물이죠.

 

Try to follow the same rules for parenting that you follow for self-discipline. If you’re harsh on yourself for your parenting mistakes, you’re sapping your own energy and rendering yourself weak and ineffective. Holding yourself responsible is not the same thing as kicking yourself.

 

I promise you that there is nothing in this world that will fill your tank with a higher premium fuel than dealing your children a better hand than you received yourself. It’s the most fulfilling, positive, loving, enriching and heroic thing you will ever accomplish. You’ll feel it every step of the way. Your children will become the best possible versions of themselves, and so will you.

 

특이할 것 없는 평범한 가정에서 무난하게 자란 것 같은데 지금 난 왜 이 모양일까 싶은 분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이에요. 나 자신이 부족한 사람인데 부모로서 아이에게 잘하고 있는 것일까 의심될 때가 많은 분도 읽어보면 좋겠고요. 강추합니다.[정서적 방치와 공허감의 치유 라는 제목으로 번역서가 나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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