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처음에는 아기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창조했다는 착각을 제공하고, 그 후 아기의 착각을 천천히 깨어가는 필연적 과정을 통해서 아기가 조금씩 외부 세계를 인식하고 엄마와 아기 자신이 그 세계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 만든다. (중략) 아기와 착각, 그리고 엄마가 이를 키워주는 일은 주체 및 대상이 분화되고, 나와 나 아닌 것 그리고 내부 세계와 외부 세계를 인식하기 위한 조건의 하나다. 88-89
초기 감정 발달에서 유래하는 문제에 대해 도움 받기를 원하는 환자들에게 있어, 분석가 속에 사랑과 증오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분석 세팅의 실제 조건 안에 체화된다는 사실은 중요할 것이다. 89
대상에 대한 원초적이고 전우울적인 관계로 인해 도움을 받고자 하는 환자에게는 이 환자에 대한 동시 발생적이고 전치되지 않은(un-displaced and co-incident) 사랑과 증오를 함께 볼 수 있는 분석가가 필요하다. 이 경우 회기의 종결, 분석의 종결, 분석 규칙과 규율들은 증오의 중요한 표현이 되며, 이때 좋은 해석은 사랑의 표현인 동시에 좋은 음식과 보살핌의 상징이 된다. 92
비통합 현상의 예로 다음과 같은 아주 흔한 경험을 들 수 있다. 이 환자는 주말 동안 있었던 일을 시시콜콜 모두 쏟아내는데, 다 이야기하고 나면 만족감을 느낀다. 분석가는 아무런 분석 작업도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느끼는데 말이다. 때로 우리는 이것을 환자가 한 사람, 즉 분석가가 자신의 세밀한 것까지 다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 같다고 해석해야 한다. 알려진다는 것은 최소한 분석가라는 사람 안에서는 통합되었다고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유아에게 통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며, 자신의 조각들을 하나로 모아주는 사람이 없었던 유아는 불리한 조건에서 자기 통합을 위한 여정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아이는 통합을 성취하지 못하거나, 확신을 가지고 통합을 유지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다. 96
아이나 성인에서 해리가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그것이 출생 이래로 수면 상태와 깨어있는 상태의 자연스러운 변동과 함게 시작되었을 것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사실 유아의 깨어있는 삶은 수면 상태로부터 천천히 해리되는 것으로 묘사될 수 있다. 98
우리는 손가락 빨기 그리고 특히 손톱 깨물기에서, 관심이 가는 외부 대상을 보존하기 위해 사랑과증오를 안으로 돌리는 현상을 볼 수 있다. 또한 외부 대상에 대한 사랑이 좌절될 때, 그 사랑이 자기를 향하는 모습 또한 관찰된다. (중략) 손가락 빨기는 정상적이고 보편적인 것이며, 가짜 젖꼭지의 사용뿐 아니라 정상 성인의 많은 활동에서도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널리 퍼져있다. (중략) 이는 외부 세계 혹은 신체 속에 있는 대상의 상실에 대한 방어이다. 다시 말해서, 대상에 대한 통제 상실에 대한 방어인 것이다. 103-104
영유아가 인격적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엄마의 보살핌이 필수적이고, 이것이 잘 되지 않아 비통합이 지속되는 것이 정신증 상태와 유사하다고 추론하는 것 같아요. 비통합의 상태를 정신증 환자 분석 과정에서 이론적으로 추론해낸 것이라 하더라도 영유아의 발달을 통해서 정신증이나 해리와 같은 정신병리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흥미로웠어요.
착각이라는 개념이 계속 중요하게 등장하는데 이해하지는 못 했어요. 다만 영유아가 스스로 창조해낸 환경(환각?)과 엄마가 제공한 외부 경험이 일치하는 순간(위니코트가 "두 선이 겹칠 때"라고 표현한)의 반복이 자기 및 타인의 경계를 확립하는 데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이것이 치료적으로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더 읽어봐야 알 것 같은데, 알 수 있을까요? ㅎ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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