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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팝

Joy Wants Eternity - You Who Pretend to Sleep (2007)

by 오송인 2021.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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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0. 11. 20. 

 

음악을 들을 때 그게 서사적 이미지건 추상적 이미지건 상관없이 어떤 이미지의 흐름을 만들어 주는 음악들을 좋아한다. 이런 요건을 충족시키는 음악들은 대개 가사가 없다. 가사가 있다 하더라도 고도로 추상화된 시적 언어에 가깝고(대표적인 밴드로 sigur ros), 목소리 역시 그것이 언어를 전달하는 매개로서 기능하기보다 하나의 악기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아마 진리는 언어 너머에 존재한다고 말해 왔을 것이고, 이는 음악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갑자기 왠 진리 타령이냐고? 왜 음악을 듣는가 라는 난해한 철학적 질문으로 들어가게 되면 사실 할'말'이 별로 없게 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다. 그것이 위안을 주기 때문에 혹은 그저 신나서 등등의 많은 수식적 이유가 따라올 수 있지만 그건 말 그대로 수식일 뿐 왜 음악을 듣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근본적 해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음악이 한 인간에게 줄 수 있는 어떤 것에는 확실히 소설이나 영화, 기타 다른 예술 매체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어떤 특성이 존재하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런 것이 있다 이상의 것을 말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무의미하다.

 

범위를 축소시켜 왜 그 밴드를 좋아하고 왜 그 밴드를 듣느냐 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같은 대답을 하고 싶다. 많은 음악 '평론'들이 사실 그 밴드가 어떤 밴드와 비슷한지 혹은 그 밴드의 장르적 특성이 무엇인지 혹은 각각의 곡들이 어떤 느낌을 주는지 곡 구성의 특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왈가왈부하지만 그것이 그 밴드의 음악 그 자체 혹은 그 밴드와 비슷하다고 가리켜지고 있는 어떤 밴드의 음악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차라리 그 음악이 자기 일상에 어떻게 스며 들었는지 혹은 그 밴드가 자신의 기본적인 정서, 나아가 자기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그 밴드나 그 음악을 접해 보지 않은 어떤 이들을 그 음악들에로 한 걸음 다가서게 만드는 보다 효과적인 낚시질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장르적 카테고리에 밴드를 위치시키는 일종의 소일거리는 적어도 그 짓을 하고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작은 기쁨을 안기고, 그 일이 음악을 메마른 삶의 단비로서 가져오는 데 확실한 촉매가 되기도 한다.(그래서 그런 부질없는 짓을 계속한다.) joy wants eternity는 사실 한 장의 EP와 2007년에 발매된 한 장의 정규 앨범 외에는 이렇다 할 활동이 없는 밴드이다. 프렌지 앨범 리뷰에서 사일런트 발렛 리뷰어가 언급했듯이 mogwai나 explosions in the sky 이후 이렇다 할 장르 내의 독보적 밴드가 나오지 않은 채 장르 내 국지전만 계속 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수많은 밴드들이 명멸을 거듭하고 있고 joy wants eternity도 그렇게 명멸하고 있는 수많은 밴드들 중 하나임이 분명해 보인다. 3년 동안 앨범이 없던 밴드가 어느 날 갑자기 캐감동의 앨범을 들고 귀환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this will destroy you, caspian, yndi halda 등, 1시간 남짓의 CD 러닝타임 동안 청자에게 온몸의 전율과 오르가슴과 눈물콧물을 안겨줄 '다음 앨범'을 오매불망 기대하게 만들었던 밴드들의 부진과 감감무소식을 바라보며 포스트락이 과연 얼마나 더 계속될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를 많은 이들이 갖게 되었을 텐데, joy wants eternity는 그런 회의를 가중시킨다. 이들의 데뷔작 You Who Pretend to Sleep 가 explosions in the sky와는 또다른 차원의 아름다움과 숭고함을 나타내고 있었음을 상기할 때 이는 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이 앨범의 정수인 "from embrace to embrace"와 "uriel"은 군더더기 없는 완벽한 곡의 응집력을 보이며 청자를 빨아들인다. 포스트락이라는 장르에 환장한 사람이 아니라 하더라도 쉽게 몰입될 수 있는 매력적인 트랙들이라는 거다. 이들이 새로운 앨범을 들고 다시 돌아올지 아닐지 알 수 없지만, 가능성 있는 밴드라 생각하기 때문에 범작이라도 들고 돌아와 줬으면 싶다.


uriel
http://www.youtube.com/watch?v=0rCP3bSnxLk
from embrace to embrace
http://www.youtube.com/watch?v=zUQUPYXhdSE&feature=rel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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