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자는 부부가 폭풍을 겪고 있는 동안에 그들에게 헤어지라고 충고하고 싶은 유혹을 받지만, 그것은 그들의 선택을 방해하게 될 것이다. (중략) 이 과정에서, 우리는 결혼생활이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고 판단을 내릴 수는 있으나, 우리는 이들 부부가 함께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 지속되는 신체적 학대나 죽음의 위협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결혼생활을 계속하기로 결정을 하든 끝내기로 결정을 하든,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 아니다. 이러한 결정은 치료자가 결정하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것이다. 왜냐하면 결국 결정한 대로 삶을 살아야 할 사람은 치료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279
이 사례에서 전환점은 치료자가 부부가 갖고 있는 불가능하다는 느낌을 흡수한데서 발생했다. 치료가 행해지는 수개월 동안에 걸쳐 철저한 내사적 동일시가 발생했던 것이다. 280
빈번이 치료실 밖으로 나가버리는 내담자를 수년 동안 잘 안아준 치료자의 능력도 대단하지만 매번 치료실로 다시 돌아온 내담자(부부)가 더 대단하다고 느끼는 사례였습니다. 부부가 몸싸움까지 하는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치료자가 절망스러운 느낌(역전이)을 잘 담아내서 부부를 이해하는 실마리로 삼음으로써 치료의 진전이 발생하게 되는데 의식적으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닐 뿐더러 치료자도 부부를 포기하고 싶다는 인간적인 마음으로 갈등했던 것을 보면(심지어 이를 우회적으로 말하기도 하죠 "내가 당신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있을지 자신이 없군요"), 치료라는 것도 여느 인간관계가 그러하듯 어느 한쪽이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순리에 따라 흘러가는 면이 있음을 실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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