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차] Psychodynamic Therapy: 2. Pragmatic Psychodynamic Psychotherapy (pp. 37-47)

이번 주 분량에서는 실용적 정신역동 심리치료의 치료 기법을 전통적 정신역동 심리치료와 비교합니다. 우선 자유연상을 하더라도 치료자가 핵심적인 정신역동 문제(psychodynamic problems)라고 보는 부분을 중심으로 치료가 흘러가도록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고 재경험과 재구성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점이 납득이 됩니다. 해리 스택 설리반도 비슷한 의미에서 "...상담자는 바람직한 변화를 위한 마당을 깨끗하게 한 다음, 변화에 장애가 되는 것이 끼지 못하도록 노력할 뿐이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치료적 관계에서 치료자는 빈 스크린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와 실제 관계를 맺는 한 사람으로 치료에 임하게 되고, 치료에서 관계의 손상이 발생할 때는 그것이 전이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실제 내담자-치료자 사이의 관계 문제임을 알고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함을 명시하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파트에서 제가 중요하게 생각한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코헛 같은 치료자는 관계 손상에서 치료자의 잘못이 있을 때 적절한 타이밍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좋은 치료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한 바 있고요. 

그리고 치료에서 현재, 과거, 전이를 다루게 되는데 전통적인 정신역동 심리치료에서처럼 과거와 전이를 다루는 것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며 내담자에 맞게 취사선택하여 초점 맞추면 된다는 부분도 설득력 있게 느껴집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생각해 보더라도, 내담자가 당면한 현재 어떤 문제를 간과한 채 과거와 전이로 치료자가 계속 회귀하려 한다면 그 치료나 상담은 실패하기 쉽습니다.

전통적 정신역동 심리치료는 진단을 염두에 두고 그에 맞게 치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례개념화를 내담자에게 공유하지 않습니다. 실용적 정신역동 심리치료는 정신역동 치료가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여섯 가지 핵심 문제(core problems: depression, obsessionality, fear of abandonment, low self-esteem, panic anxiety, trauma)를 제시하며, 어떤 문제를 통해 내담자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지 우선순위를 정해 그에 맞게 치료적으로 개입합니다. 어느 것에 해당하느냐에 따라 치료 목표, 치료 동맹 발전 시의 딜레마, 구체적인 치료 기법 등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핵심 문제는 내담자 이해의 시작일 뿐 완성일 수 없으며 내담자 삶의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여 치료의 전 과정을 통해 개인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례개념화를 발전시켜 나가게 됩니다. 사례개념화는 기본적으로 치료자의 과제이나 내담자가 내면에 간직하게 될 인생 내러티브(life narrative)의 발달은 치료자와 내담자 모두의 관여와 책임하에 있다는 말이 실용적 정신역동 심리치료의 상호주관성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투명성을 강조하는 실용적 정신역동 심리치료에서 사례개념화는 치료 초기에도 내담자에게 공유될 수 있습니다. 

치료적 변화와 관련하여 전통적 정신역동 심리치료는 내담자 스스로의 통찰에 의해 지각과 행동이 변화된다고 보지만 실용적 정신역동 심리치료에서 치료자는 보다 적극적으로 내담자가 지각하는 '현실'을 재구성하는 작업에 관여하게 됩니다. 내담자가 지닌 도식(책에서는 '과거 시나리오'라고 표현됨)을 탐색하고 이에 관한 대안적 지각을 개방적으로 논의한다는 점에서 전통적 정신역동 심리치료와 구분됩니다. 

전통적 정신역동 심리치료를 1년 동안 받았던 저로서는 특히 이 부분이 아쉽습니다. 치료가 종결된 이후 1-2년 지나 통찰이 오고 행동도 다소간 변화되었다고 느끼지만, 당시에 제 치료자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면 어땠을까 돌아보게 됩니다. 제가 내담자와 만날 때는 도식을 탐색하고 대안적 지각을 형성함에 있어 보다 적극적이고 싶으나 첫 분석 경험이 알게 모르게 몸에 배 수동적으로 치료 접근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될 때가 있습니다. 어찌 됐든 심리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내가 경험하는 현실이 어떤 위치에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체험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매번 걷던 길도 반대 방향으로 걸으면 상당히 낯선 것처럼요. 이번 주 분량에서 제가 중요하다고 본 두 번째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