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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1000개의 메모

흘러가는 하루가 아까워 X(구 트위터)에 기록했을 뿐인데

by 오송인 2025. 11. 13.

트위터를 2010년 말부터 하다 말다 했습니다.

 

백업해 놓은 데이터가 다는 아니지만 일부 있어서, 오늘 AI 활용하여 옵시디언에서 과거 트위터 기록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끔 정리하는 작업을 두세 시간 정도 했습니다.

 

가령 이번 주가 46주차이니, 매년 46주차에 어떤 트윗을 남겼는지 한 눈에 볼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옵시디언에서 dataviewjs라는 것을 사용하여 주차가 바뀌면 그것이 자동으로 반영되어 페이지가 업데이트 되는 식입니다.

 

옵시디언에 기록된 2017년부터 현재까지의 일기도 비슷한 방식으로 처리가 되게끔 구현했습니다. 특정 날짜의 일기를 선택하면 매해 그 날짜 일기를 추출하여 만약 해당일자에 일기가 있으면 불러오는 식입니다.

 

기술이 발전하니 김익한이 메시아적 시간관이라 부른 것을 개인 기록상에서 쉽게 구현할 수 있네요.

 

말이 어렵죠. 2013년 4월 3일 수요일의 제가 트위터에 "5km 정도는 가볍게 뛸 수 있게 됐다. 10km가 멀지 않았다. 마라톤 한 번 출전해야겠다."라는 내용의 트윗을 올렸더군요. 2025년 9월 21일 일요일의 저는 하프 마라톤을 뜀으로써 12년 전의 제가 한 말을 실현했습니다. 내년 11월에는 풀마라톤에 도전해 보겠다는 포부 또한 X(구 트위터)에 남겼습니다.

 

긴 시간의 흐름에서 점과 점이 연결되는 경험은 참 신기하네요. 하루하루 그냥 흘러가버릴 수도 있는 경험을 적으며 기록을 누적해 나가는 과정은 내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조금 더 선명하게 보도록 돕는 것 같습니다.

 

"과거의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현재에 소환함으로써 미래를 다르게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의 신학"이 메시아적 시간관이라 하는데, 개인 삶에서도 과거 기록을 현재에 소환함으로써 자신이 가려던 방향성을 더 분명히 깨달으며 미래를 다르게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요즘에는 커리어 전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합니다. 프로그래머가 되면 적성에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이런 생각을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했나 기록을 살펴보니 2023-11-21에 10년 뒤 목표로서 개발자가 되어 월 얼마 이상 버는 것을 적어 놓았네요. 2023년 4월 14일에는 "개발자처럼 사람들 삶에 실질적이고 눈에 보이는 방식으로 이바지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라고 적기도 했고요. 2024년 6월 25일의 저는 생애 첫 웹앱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2025년 11월 10일의 저는 한달 뒤에 방통대 컴퓨터과학과에 원서를 넣는다는 결정을 했습니다. 2025년 12월 3일에는 큰 이변이 없으면 방통대 원서를 넣었다는 트윗을 올리고 있겠네요.

 

운동을 하루 이틀 한다고 해서 대단한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닐 겁니다. 기록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록이 그 진가를 발휘하는 것은 3년 이상 하루하루의 기록이 쌓였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기록 역시 운동처럼 그 즉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돌이켜 보니 그 기록들이 나를 버티게 해 주었다. 깊은 수렁에서 나를 조금씩 끌어낸 것이다. 일기에 한바탕 마음을 풀어 놓으면 조금 힘을 낼 수 있었고, 묵상을 기록하며 현실 너머의 미래를 보려고 노력했다. 업무 일지와 타임 테이블을 통해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고자 발버둥 쳤다. 그렇게 인내하며 걷다 보니 희미하게 방향이 보이기 시작했고 실낱같은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 - 기록형 인간

 

"하루 동안 겪은 일을 매일 글로 기록하는 행위는 감정을 정리하고 불안을 다스리며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특정한 사건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록할 때 우리는 일어난 사건을 그저 받아들이는 수동적 존재에서 벗어난다.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행위는 삶에 대한 통제감을 준다." - 역설계 (숨겨진 패턴을 발견하고 나만의 설계도를 만드는 법)

 

AI를 활용하여 누구나 자신만의 기록에서 내 삶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다만 아무리 AI가 날고 긴다 하더라도 매일 기록하는 실천이 없다면 의미가 없겠죠. 무엇을 기록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이 트윗을 참고해 보세요.

 

끝으로 정신건강에서 기록이 갖는 이점에 관해 쓴 제 브런치북 영업으로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