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대 3학년 1학기 편입한다고 이야기한 게 엊그제 같은데, 한 학기가 어떻게 지나갔나 싶을 정도로 정신없이 몰아치는 느낌이었습니다.
100일 동안 주말 포함하여 매일 하루 2시간 정도 방송대 공부에 할애했습니다. 한 강의가 보통 60~90분 정도 되고 과목마다 15강으로 이루어집니다. 전공 6과목 수강하였으니 총 90강을 들은 셈이네요. 어림잡아 100일 동안 하루에 한 강 듣고 공부 한 시간 정도 했다고 보면 됩니다.
이산수학
제일 시간을 많이 쏟은 과목은 이산수학입니다. 수학 공부는 중학교 3학년 무렵부터 손을 놓기 시작해서, 고등학교 때는 수I도 어려워서 점수가 늘 바닥이었던 것 같습니다. 수능에서 인문계열이 수학 80점 만점이었는데 모의고사 보면 30-40점 정도를 오가는 수준이었고요.
다시 만난 수학은 생각하던 것만큼 어렵진 않았습니다. 속으로 '이해가 안 돼'를 수없이 외칠 때가 물론 없지 않았으나, AI 도움 받으면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확고하니 크게 좌절스럽진 않았습니다. 더욱이 논리, 집합론, 부울대수 세 파트는 근본적으로는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복습 효과도 있었습니다. 손진곤 교수님 강의도 좋았습니다. 다들 좋다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더군요. 강의력은 말할 것도 없고 왠지 모를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지는 교수님입니다. 26년 1학기를 끝으로 은퇴하신다고 하는데, 마지막 강의를 들을 수 있어서 영광이었네요. 수학이 힘들긴 해도 재미있는 과목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게 3학년 1학기 편입의 가장 큰 수확입니다. 수학을 다시 시작할 결심이라는 책을 최근에 출간하셨는데, 저처럼 많은 학생들이 이 분 덕에 수학을 다시 시작해봐도 좋겠다는 용기를 얻었을 겁니다.
데이터베이스시스템
그 다음으로 시간을 많이 쏟은 과목은 데이터베이스시스템입니다. 정재화 교수님도 알찬 강의 콘텐츠와 발군의 강의력으로 팬층이 두텁고, 시험은 비교적 쉽게 출제하여 학생들이 안 좋아할래야 안 좋아할 수 없는 그런 교수님입니다. 바이브코딩하면서 supabase나 firebase를 다뤄본 경험이 있고 데이터베이스를 어떻게 다루는지 호기심이 컸던 터라 기대하면서 수업 들었는데, 실제 수업 내용은 좀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SQL이 이 과목의 꽃이었는데 제가 프로그래밍 언어의 구조에 약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고요. 정규화 과정도 머리에 잘 들어오진 않았네요. 강의 위주로 공부했는데 2학기 시작 전에 SQL 부분은 다시 교재를 읽어보려 합니다. SQL 관련하여 인프런 강의도 들어볼 생각이고요. 언어는 자주 보면서 친해지는 수밖에 없지 않나 싶어요.
통계학개론
통계데이터학도 복수 전공하고 싶어서 통계학개론 수업도 들었습니다. 사회과학대학에서 논문을 썼으니 크게 어렵진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판이었습니다. 가설검정과 통계적 비교 같은 부분은 익숙해서 크게 어렵진 않았는데, 순열과 조합, 확률분포, t분포, 카이제곱분포 등 어설프게 알고 있었거나 생소한 내용들이 몰아치고, 비슷비슷해 보이는 공식이 여기저기서 등장하니 이산수학보다 더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시험은 개념 이해 수준으로 쉽게 나와서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R컴퓨팅
통계데이터학과 복수 전공 과목으로 하나 더 들은 것이 R컴퓨팅입니다. R 언어도 한 번 찍먹해 보고 싶어서 들었다가 고전했습니다. 수업 내용보다도 장영재 교수님 강의 스타일이 저와는 잘 안 맞더군요. 교재 내용을 그대로 읊는 듯한 느낌이라 강의 보는 내내 집중이 잘 안 되는 면이 있었습니다. 저만 그렇게 느끼는 것 같은 게, 대체로 강의평은 좋은 것 같습니다. 시험에서 애매하게 알면 틀리는 문제들을 심어 놓아서 그렇지. R이 어렵게 느껴진 또 다른 이유는 자료구조에 대한 이해가 백지상태였다는 점입니다. 벡터, 행렬, 배열, 리스트, 데이터프레임 등에 대한 개념이 바로 서 있지 않아서 헷갈릴 때가 많았고, 비슷비슷해 보이는 문법(가령 read.csv()와 read.table()의 차이)의 차이를 잘 이해해야 하는 부분도 다소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계데이터학에서는 파이썬만큼이나 R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네요. 기초를 찍먹해 봤으니 R 관련하여 후속 강의들도 들어볼 생각입니다. R데이터분석이라든지..
파이썬프로그래밍의기초
파이썬프로그래밍의기초는 1학년 과목이고 정재화 교수님 수업이기도 해서 당연히 들어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선택 구조, 반복 구조까지는 쉬웠는데, 함수부터 조금씩 어려워지더니 콜렉션, 객체지향에서는 많이 헤맸습니다. 13강 텍스트 데이터 분석 파이프라인은 이해하면서 보는 게 아니라 멍하니 강의 영상 보는 느낌이었고요. 1학년 1학기 과목이 이렇게 어려운데, 다음 학기에 C프로그래밍 잘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컴퓨터과학과인데 이런 기초 언어 과목들을 안 듣는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것 같고요. AI가 코드를 다 작성하는 시대라지만 기초 문법을 이해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운영체제
끝으로 운영체제 과목은 과목명이 주는 따분한 느낌과는 달리 의외로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학기 초반에 배우는 프로세스 스케줄링과 학기 후반에 배우는 디스크 스케줄링을 비롯하여, 컴퓨터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원리와 구체적인 방법을 배우는 과목입니다. 눈 앞에서 실시간으로 자연스럽게 여러 프로그램들이 돌아가는데, 배후에서 여러 작업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게 하는 다양한 원리를 시각적인 자료와 함께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SCAN, C-SCAN, LOOK, C-LOOK, LRU 페이지 교체, 워킹 세트 알고리즘, 스래싱, 세마포어, 동적 분할 등등 생소한 개념들이 너무 많아서 개념 숙지하는 데 어려움이 컸습니다.
기말고사 준비 및 성적
시험공부는 대략 3주 전부터 했고 총 42시간 정도 썼습니다. 이산수학, R컴퓨팅, 운영체제, 통계학개론에 많은 시간을 썼고, 정재화 교수님은 쉽게 출제하는 편이라 해서 데이터베이스시스템과 파이썬프로그래밍기초는 상대적으로 시간을 덜 썼습니다. 성적은 기말고사 대비 공부에 시간 쓴 만큼 정직하게 나왔습니다. 이산수학, 통계학개론은 A+, R컴퓨팅, 운영체제는 A0, 데이터베이스시스템과 파이썬프로그래밍기초는 B+로 평점 평균 4.0으로 한 학기 마쳤습니다. 이번 학기에 교재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한 적이 없는데, 성적 잘 나오는 분들은 교재도 2회독 정도는 한다고 하는데 그렇게까지 시간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모든 과목 후반부 강의 한두 개는 전혀 보지 못했거든요.
포부
향후 대학원 갈 여지도 조금은 열어두고 있으니 복수전공으로 졸업 시 평점 평균 4.0 목표로 잡고 가려 하고, IT 관련 자격증도 몇 개 취득하려 합니다. 공부하면서 힘들고 어려워도 모르던 분야를 조금씩 알아가는 게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방송대 편입하길 잘했다 느낍니다. 중년 이후의 인생 2막은 이학사로 시작해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