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안 좋아서 수술까지 받았음에도 의가사 제대는 안 되고 대신 군 내부 도서관 사서로 복무한 녀석이 있다. 고등학교 때 친구인데 그 당시부터 집에 신서사이저 Roland XP-10 이 근사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놓여 있었고, 사운드카드랑 출력 좋아 보이는 앰프며, 류이치 사카모토를 비롯한-그 때나 지금이나 방 구석구석에 빼곡히 '널부러져' 있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시디들은 놀러 갈 때마다 잼있는 구경거리였다. 이 친구 별명이 '정상인'인데 고2 때인가 직접 만든 '앨범'을 내게 건내주었었다. 당시만 해도 드럼 앤 베이스라든지 여타 일렉트로니카를 싫어하지 않았고 인디락과 비슷할 정도로 마이너 씬에서 신천지를 헤매곤 했었기에(그 땐 다프트펑크도 내게 있어 마이너였다. 에어 정도라면 모를까 ㅎㅎ), 그가 건내준 앨범 안에 담겨 있던 음악들은 아마추어적인 느낌으로 다가오기 보단 뭔가 '부러' 로파이한-듣기에 썩 괜찮은 하나의 작품으로 다가왔던 걸로 기억한다.
본의 아니게 회상에 잠겨서 서론이 길었는데 이 친구가 휴가 나왔을 때 추천해준 책이 하나 있었다. 간만에 여유롭게 도서관을 거닐다가 번뜩 눈에 띄어 업어온 『청춘, 덴데케데케데케~』라는 책인데, 일본 촌구석 고딩들이 로킹호스맨이란 밴드를 결성해서 겪게 되는 해프닝이 유쾌하게 그려지는 한편, 순박했던 시절의 애틋한 추억들에 대한 불혹을 넘긴 작가 본인의 따스한 시선은(자전적 소설이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코끝을 찡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91년에 이 소설이 상도 받고 유명해져서(92년에 아사노 타다노부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로킹호스맨은 재결성했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활동 중인 모냥이다. 여기 가면 최근 공연 사진과 동영상을 볼 수 있으니 소설 읽게 되거들랑 가보시라. 이제는 환갑을 바라보는 할배들이 소년 같은 표정으로 즐겁게 로큰롤을 하고 있는 모습은 인생의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 묻게 만든다. 멋지셔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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