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의식 1
나는 사랑 받지 못했으니까 다른 사람은 내게 사랑을 줘야만 해,라는 도식은 정반대되는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 타인에 대한 봉사와 헌신이 그것이다. 다른 사람에 대한 지나친 헌신을 통해서 자기가 사랑 받고 싶은 욕구를 대신 채우려는 시도인 것이다. 봉사와 헌신이 적절하면 승화지만 과도하면 병리다. 집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애들이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교회에서 온갖 역할을 도맡아 과도하게 봉사하는 장로를 일례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사회적으로 맡아야 하는 책무들이 있는데 그것들을 등한시 하면서까지 봉사에 치중하면 본인이 불편감과 괴로움을 느끼지 못해도 병리가 된다.
특권의식 2
다른 사람에게 몰두하면서 사랑 받고 싶은 욕구를 대리 충족하는 것은 연애 관계에서도 비일비재하다. 관심과 사랑을 준다고 하지만 상대방이 어떻게 느끼는지는 안중에 없는 그런 관심과 사랑은 집착일 뿐이다. 달리 말해 이건 첫째 사랑에 대한 높은 기대의 문제이고 둘째 사랑 받고 싶은 자신의 욕구를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표현의 문제인 것인데, 내가 알아서 너한테 이만큼 해줬잖아. 넌 왜 나한테 관심이 없어? 혹은 그걸 말을 꼭 해야지 알아?와 같은 상투적 이야기로 나타나곤 한다. 정서적 허기는 너무 큰 사랑을 기대하게 만들고 당연히 그 기대는 충족되기 어렵다. 또한 아무리 친밀한 사이라고 해도 말을 하지 않으면 모를 때가 더 많은 게 인간이다.‘나는 사랑을 받아야만 해’라는 집요한 특권의식에서 비롯되는 이 두가지 문제가 사랑의 장애물 아닐까. 누구나 조금씩은 가지고 있을 문제들.. 기대 수준을 낮추고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당연히 알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데서부터 진짜 사랑이 시작된다.
결국 적시에 적절하게 사랑 받아본 사람만이 봉사든 연애든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사랑의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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