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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일상

Her

by 오송인 2014.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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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 설치 중


나름의 인격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컴퓨터 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진다는 독특한(기이한?) 설정이다.


개봉 전부터 기대를 엄청 하고 있었고 바로 어제 아트나인 가서 봤는데 기대만큼이나 재미있었다.


사람은 누군가를 사랑하기 시작할 때, 자신과는 다른 상대방의 어떤 부분들에 대해 관대해지게 마련이다. 오히려 그런 차이에 끌리는 게 다반사다.


이런 행동이 상대로부터 관심 받고 싶고 사랑 받고 싶은 바람에서 비롯된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호르몬 폭풍으로 인한 insane period가 지나가고 나면 점점 자신과 상대방의 다른 면이 부각되고, 그 때부터 갈등이 생기게 된다.


대화를 통해 이 갈등을 슬기롭게 풀어가는 커플도 있을 테고, 매일 치고 박고 싸워도 답 안 나오는 커플도 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이런 상반된 커플의 차이는 바로 자신과 상대방의 차이를 수용할 수 있느냐 여부이다.


'성격 차이'를 내세워 이혼하는 커플이나 달콤한 연애의 종지부를 찍게 되는 어린 커플이나 공통점은 차이의 수용이 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고 본다.


영화에서도 신발 놓는 위치 때문에 8년 동거하고도 헤어지는 커플이 나온다. 


고작 신발 놓는 위치 때문에.. 황당하긴 하지만 비단 그것만은 아니었을 테고, '신발 놓는 위치'는 다른 많은 차이의 비수용의 한 예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당신과 나의 과거 이별의 이유가 그러하듯이.




그런데 영화 속에서 사만다라는 이름의 컴퓨터 운영체제는, 위 사진에서 축 늘어진 어깨로 모니터를 바라보는 테오도르의 마음을 매우 세심하게 살피는 스마트함을 보여준다. 


더군다나 대개 우울하고 가끔 욱하기도 했을 것 같은 테오도르의 전여친처럼 어둡지도 않다.


영화는 매우 개연성 있게 테오도르가 사만다와 사랑에 빠지고 데이트도 하고 심지어 섹스도 하는(이를 테면 폰섹스 같은 형태의..) 모습을 그려낸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까 말을 못하겠는데..




사만다가 테오도르에게 '나는 네 것이기도 하지만 네 것이 아니기도 해' 뭐 이 비슷한 말을 했던 것 같다.


이 말이 기억에 남는 건 '의지'를 지닌 한 인격을 다른 인격이 자기 취향대로 컨트롤할 수 없다는 의미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컴퓨터 OS(operation system)일지라도.


긍정적 감정의 투사가 걷히고 난 후 상대방의 본래 모습이 보이게 될 때 이전에 자신이 투사하던 그 모습 그대로 행동해 주길 바라고 차이를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 연애가 종지부를 찍게 되는 기본 원리(?)인 것 같다.


테오도르가 궁극적으로 깨닫게 되는 것은 이런 원리인 것 같았다.




영화 말미에, 다른 사람 편지를 대필 해주는 것을 업으로 하던 테오도르가 전처에게 진심을 담아 편지를 쓰는 장면이 있는데, 있는 그대로 상대를 바라봐주지 못했던 것에 대한 미안함을 전달하고 싶어하는 듯했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투사의 장막을 걷어내고 차이를 수용할 수 있어야 진짜 사랑이 시작되는 것 같다.


차이가 눈에 띌 때 내가 이해 받고 싶은 만큼 상대를 이해해 주는 것, 차이를 인정해 주는 것, 그게 사랑이 아닐까.


이해 받기만을 바라는 그런 어린 사랑은 이제 하고 싶지 않은데, 실전에선 또 어떨지 모르겠다. ㅎ 




좋은 영화는 사운드트랙도 좋은데, 아래 올리는 카렌 오의 노래와 이번 후지락 헤드라이너인 아케이드 파이어의 곡이 이 영화의 메인 테마라 할 수 있다. 


암튼 이 영환 올해의 영화 후보다!! 한 번 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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