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왔다. 금요일에 워밍업으로 100km 탄 것을 포함하면 금요일부터 화요일까지 5일 동안 743km를 탄 셈이다. 별다른 문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는데, 즐거운 여행의 절반 정도는 사전 준비가 결정함을 느꼈다. 이것저것 국토종주 관련 자료 찾아놓은 게 도움이 많이 됐다. 특히 로드 자덕의 경우 경천대, 12km나 되는 청룡산 MTB 코스, 무심사, 영아지 우회는 필수. 이 중 청룡산 MTB 코스 우회 시 박석진교를 건너라고 해서 건넜는데, 그 다음에 어디로 가야 할 지 몰라서 검색해도 이렇다 할 상세 지도가 안 나오고, 이에 네이버 지도를 이십분쯤 들여다 보게 될 나 같은 사람이 있을 것 같다. 나중에 지도 첨부하겠음.
다람재와 박진고개는 체력에 자신 있는 분이라면 도전해 볼 만하다. 북악 3회전 가능할 정도의 체력이라면 끌바 없이 가능. 둘 다 로드로 올라갈 수 있다. 다만 다람재 내리막길 끝부분 200M(?) 정도가 정말 거지 같다. 펑크 주의하며 거북이 속도로 내려와야 함. 다녀와서 검색하다가 국토종주 관련 꿀자료 찾았는데 가실 분들 프린트해 가시길. 클릭 여지껏 본 자료 중 제일 잘 정리돼 있는 것 같다.
BUT 돌발 상황은 늘 발생하는 법. 비 피할 데라곤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는 데서 얼굴에 우박처럼 떨어지는 소나기를 삼사십분쯤 맞으며 혼이 나가기도 하고, 자동차 전용도로로 길 잘못 들어서 6km쯤 생사를 오가기도 하고(두 번이나! ㅜ.ㅜ), 허허벌판 속에 가도가도 화장실이 안 나타나서 또 생사를 오가기도 하고, 여러모로 우여곡절이 있었다.
더욱이 다리는 멀쩡했으나 고질적인 허리 통증이 잔잔하게 날 괴롭혔다. 국토종주 3일차쯤 됐을 땐 그냥 고통을 받아들였다. 나는 왜 아프지 말아야 하는가? 이것도 어떻게 보면 비합리적인 신념이다. 고통을 수용하라는 말을 책으로만 배웠는데 이번에 국토종주하면서 확실히 깨달았다. 허리 통증도 결국엔 내 잘못된 습관의 결과이고 그 결과를 노력으로 어찌해 볼 수 없는 것이라면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정신건강에 유익하다는 것을.
기가 와이파이 시대에 어울리는 동영상 자료가 포함된 상세한 후기는 커밍순. 아래 사진은 지루한 낙동강 길에서 만난 오아시스와도 같은 풍광. @ 경남 의령군 박진고개
그리고 국토종주 피니쉬 지점에서. @부산 낙동강 하구둑 인증센터
하체 훈련 한 번 끝내주게 했다. 자전거 타면 힙업도 됩니다 여러분. 타세요.
전문가 따면 자전거로 일본, 뉴질랜드, 호주, 동남아 중 어딘가를 달리고 있을 듯하다. 에베레스트도 갈 거고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도 갈 거다. 글래스톤베리, 코첼라 페스티벌도 갈 거고, 아이슬란드 여행 겸 아이슬란드에서 열리는 ATP 페스티벌도 갈 거다. Explosions in the sky도 보고 싶고, 다녀온 사람들이 대체로 기대 이하라고 말하는 프라하도 가보고 싶다. 프라하 바츨라프 광장에서 필스너 먹고 꽐라돼 나뒹굴고 싶다. ㅋㅋ 하고 싶은 게 많다. ㅎ
한 번 사는 인생, 결혼은커녕 애인도 없는데 하고 싶은 것이라도 다 해봐야 안 억울하지 않겠나. 이번에 종주하면서 자장구 세계여행은 꼭 해보기로 결심했다. 하루 빨리 풀타임잡 얻어서 경력 쌓아야 할 시점에 미친짓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각자가 중시하는 가치가 다르니~ 간다면 가고 한다면 한다. 시간 문제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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