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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여행

동해안 자전거길 1일차

by 오송인 2015.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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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5시부터 2시간 동안 페달 밟아서 동서울터미널 도착. 출발 10분 남겨 놓고 간신히 탔다. 네 시간쯤 달려서 임원터미널 도착. 터미널이라고는 하는데 정확히 말하면 그냥 시골 슈퍼였다. 역방향으로 임원 인증센터 가서 도장 찍고 다시 슈퍼에서부터 페달질을 시작했다. 어디까지 갈지는 정하지 않았다. 전조등을 안 챙겨서 해 떨어지기 전까지는 밟을 생각이었다. 


임원에서 시작하면 첫 날 업힐을 많이 넘는다는 얘기를 주워 듣고 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임원재, 신남재, 용화재 등등 첫 날 업힐을 5~6개쯤 넘었다. 500m에 경사도는 7 정도. 상주 상풍교에서 낙단보 갈 때 업힐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딱 그 느낌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아스팔트 도로 지열과 땡볕을 그대로 느끼면서 가야 했다는 점.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정동진 이후로는 편한 길임을 알았기 때문에 일부러 임원에서 통일전망대로 북진하는 코스를 택했고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가면 좋은 점이 바다를 우측에 끼고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업힐 신나게 오른 후 감상하는 이런 경치는 힘든 것을 잠시 잊게 만든다.


또 다른 업힐에서. 역시 바다는 동해. 시작점에서 33km 떨어진 한재공원.


삼척시 지나가는 중. 사진에는 쪼매나게 잡혔는데 거대한 공장들이 약간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검색해 보니 동양시멘트 공장.


정박해 있는 배들.



아침을 빵으로 때워서 너무 배고팠다. 그래서 추암촛대바위 전에 점심 식사. 맛은 있었는데 비쌌다. 15000원.

 

추암촛대바위 인증센터가 보인다. 도로 타고 가다가 뜬금없이 구석 계단길로 올라가는 구간이라 약간 헤맸다. 인증센터 주소를 찍어간 게 신의 한수였는데, 길 잃어버리면 네이버 지도 켜고 인증센터 위치 입력하면 상세하게 자전거길이 나온다. 인증센터 주소 클릭(네이버 카페 회원가입해야 될 수도). 정신만 잘 차리고 가면 길게 헤맬 일은 거의 없다. 


추암 촛대바위. 유명한 바위라고. 내 눈엔 그냥 바윈데..; 


유명하다니 일단 사진 한방. 주인 잘 만나서(?) 전국 구석구석 누비고 다니는 내 애마. 앞가방은 국토종주 때나 필요한 거였다. 10월쯤 예정돼 있는 영산강, 섬진강 종주 때는 안 달고 가야겠다. 숙소에서 입을 반바지와 반팔 등이 들어 있는데 그냥 다 벗고 자야지. 뒷가방에 안 들어가는 외장배터리는 져지 주머니에 넣으면 될 듯.


구름 한점 없는 날씨라 얼굴 다 탔다.


뭔가 예뻐서 한컷. 사진 실력이 없어서 예쁘게 나오진 않았네. ㅎ


망상해변에서 정동진 가는 길목 어딘가 위치해 있는 편의점이다. 고운 백사장이 드넓게 펼쳐져 있는 망상해변은 정말 동해 제1의 해수욕장이라 할 만하다. 너무너무 아름다웠다. 바닷물에 뛰어들어가 몸을 담그고 싶었으나 그랬다가는 내 소중한 X꼬가 쓸려 남아나질 않을 것이기에 애써 참았다. 달리다가 아메리카노 땡겨서 편의점에서 샀는데 설탕 들어간 아메리카노여서 실망. 


사진 왼쪽 위에 여자분은 한참 동안 저렇게 바다를 바라봤는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혼자 걸어서 여행하는 사람 같았다.


가다가 망상에서 정동진까지 13km 정도 길동무와 같이 탔다.(참고로 망상에서 옥계까지 자전거도로가 없고 갓길이 없는 좁은 도로를 타야 된다. 차량도 많고 차들이 속도 내는 구간이니 조심할 것. 제일 위험한 구간이었다) 나중에 명함 보니 오목교에서 자동차 파는 분이었는데 나보다 10살쯤 많았고 딸도 있다고 했다. 놀라운 건 자장구가 천만원짜리였다는 점. 신기해서 사진도 한 방 찍었다. 소셜스킬 좋고 체력도 좋으신 유쾌한 분이었는데 모닝으로 아우디 따라 가려니 힘들어서 정동진에서 먼저 보내드렸다. 나중에 대진터미널에서 다시 만났는데 나보다 30분 일찍 버스 타고 가셨다. 덕분에 20분쯤이나마 즐거운 수다 타임. but 국종 때 계속 혼자 달린 게 내심 아쉬워서 누군가와 동행해 봤는데 여러모로 신경이 많이 쓰이더라. 내성적인 체질상 혼자 타는 게 맞는 것 같다.


천마넌짜리 자장구.



정동진에서 경포대 가는 길에. 다섯 시쯤이었나. 지경공원까지는 가보려고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결국 7시 반경 주문진항에서 1박하기로 결정했다. 초행길에 전조등 없이 가는 건 무리라고 판단했다. 어디서 잘지 좀 헤매다가 맘모스 모텔로 들어갔다. 4만 원 불렀는데 더 싼 데 있는지 돌아다닐까 하다가 그냥 맘모스 모텔 바로 앞에 있는 해피모텔에서 1박. 지방 모텔 주말 숙박요금은 4만 원으로 통일인 것 같다. 해피모텔 사장님이 방에 자전거 갖고 들어가라고 먼저 신경 써주셔서 고마웠다. 


낮에 밥 먹은 게 부실했는지 경포대쯤부터 고칼로리 음식이 계속 떠올랐다. 결국 피자로 결정. 인근 하나로마트에서 버드와이저도 두 캔 사서 피자와 함께 폭풍 흡입했다. 10시간 반 동안 166km 탔는데 피곤한 것도 피곤한 거지만 심하게 허기졌다. 동해안 자전거길의 장점 중 하나가 도처에 편의점이 있어서 보급하기 좋다는 것인데 그렇기 때문에 방심하고 오히려 보급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결과였다. EBS에서 eidf 하는 기간이라 다큐를 세 개쯤 보고 12시 다 돼 취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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