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인가 8월경에 읽기 시작했는데 대소사가 많아서 이제서야 끝냈다. 번역이 훌륭하지만 500쪽이 넘는 방대한 내용인데다 읽다말다를 반복해서 책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어려웠다.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 중에 새로웠던 부분은 다음과 같다. 인생 구조가 형성되는 '안정기'와 구조가 변화되는 '전환기'가 교차하는 일련의 시기들을 겪어 나가면서 성인기가 전개되는데, 어떤 시기가 시작하거나 끝나는 연령에 플러스마이너스 2~3년 정도의 개인차는 있을지언정 그 이상의 개인차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하는 점이다.
여러 시기 중에 30대 전환기와 안정기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는데 내가 속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석사를 마치고 병원수련 3년을 거쳐 첫 직장을 얻었고 곧이어 결혼을 했고 얼마 전엔 태어나서 처음으로 전세집 계약이란 것도 했다. (없는 형편에 서울에서 전세집 구하려다 보면 굉장히 서글퍼질 수 있으니 주의하시라 ㅜ) 직장을 얻고 결혼을 하고 집을 얻고 하는 일련의 일들이 모두 1년 사이에 휘몰아치듯 일어났는데, 저자가 말한 30대 전환기가 아니었을까.
인생의 두 축인 가정과 직업의 주춧돌을 놓았으니 튼튼하게 벽돌을 쌓아나가는 것이 과제일 것이다. 그런데 가정과 직업 어느 한 쪽을 소홀히 하기 어렵고 두 영역 모두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이 어른이자 가장으로서 당면하게 되는 현실적 난제인 것 같다. 책에 등장하는 인생 사례에서도 이 점이 부각되는 경우가 있다. 30대 전환기에 발생한 사건은 아니었지만 40대 전환기, 우리가 흔히 중년의 위기라 부르는 시기에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직업적인 야망을 축소하고 가정에 포커스를 맞춰서 인생 구조를 다시 짜는 사례가 나온다(제 19장 제임스 트레이시의 사례).
저자가 보기에 30대 안정기에 속한 남자는 직업적 계층 사다리의 하층부에서 상층부를 향해 올라가는 과정에 있고. 일에 애착을 갖기 쉽다. 나 역시 이 "직업 안에서 충분히 자리를 잡고 정착할 준비가 될 때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을 각오를 하고 있다. 하지만 경력을 쌓는 과정에서 어떤 부분에 힘을 쓰고 어떤 부분을 힘을 뺄지 다소 막막한 구석이 있다. 자신에게 최적인 자리를 찾아 정착하기까지, 경력과 관련되는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혼 생활에서는 내 안의 여성성을 충분히 이끌어내 '비교적' 좋은 남편이나 아버지가 되고 싶지만,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30대라는 연령 자체가 남성성과 여성성 양극을 포괄적으로 통합시키기에는 이른 시기이기도 하고. 일에 몰두하다 보면 가정에 소홀해지기 쉬운데 이런 부분들을 현명하게 다룰 수 있는 능력이 나나 아내에게 있기를 바랄 뿐이다.
전환기는 여전히 현재진행중이고 책에 나온 나이대로라면 곧 안정기에 접어든다.(물론 저자도 전환기와 안정기가 무 자르듯이 경계지어지는 것은 아님을 말하고 있다.) 전환기의 주요한 결정들이 향후 7년 정도의 삶의 질을 예측한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게 인생인데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 궁금하다.
저자가 주장하듯이 30대 안정기에 '얼마나 빨리 사다리를 올라 그 세계에서 상급 멤버가 되느냐' 하는 점도 중요하겠지만, 상급이든 하급이든 간에 전문가로서의 유능감(자기평가가 중요한 부분)과 주변으로부터의 인정이 주어지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삶의 질을 판단하는 한 요소가 될 것이다.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가족 안에서 신임을 얻고 있느냐가 다른 한 요소가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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