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루하루/일상

집안일을 대하는 남편의 자세

by 오송인 2017. 12. 5.
반응형

권위만 내세우는 아버지의 말로는 어떤가. 황혼이혼 아니면 가족 내 은따. 일하느라 바빴다는 건 핑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퇴근이란 게 없는 집안일이나 육아에 비하면 돈 버는 것은 얼마나 쉬운 일인지. 다만 권위만 내세우는 아버지가 된 것에는 아내의 책임도 일부 있다. 행동 패턴이라는 것은 상호작용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니까. 

그런데 그 권위적 남편상이 내 안에 없다고 하면 그건 백프로 거짓말이다. 같은 일을 해도 남자가 여자보다 더 받는 건 자명하다. 차별이나 배제에 근거하는 권력 관계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런 권력 관계가 가족 안에서도 분명 작동한다. 노부부건 신혼이건 관계 없이. '귀찮음'이라는 이름을 달고 찾아올 때가 많은 내 안의 권위적 남편상과 마주할 때마다 엉덩이를 떼고 해야 되는 집안일을 찾아 한다. 혹은 하기 싫다 나중에 해도 되는 것 아니냐며 징징거리면서도 어쨌건 행동은 한다. 

육아는 돕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라는 말에 대한 반감이 들 때도 많다. 야근이 잦을 수밖에 없는 업무 환경에 처한 남편이 늘 칼퇴하는 남편에 비해서 훠어어얼~씬 더 많은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도외시하고 남편 개개인의 책임에 떠넘기려는 얄팍한 시도로밖에 읽히지 않기 때문이다. 출산장려하는 대부분의 공익광고가 분노를 유발하는 이유와 비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의 남편에게 바라는 사회적 기준이 까다로워졌음은 분명하다. 그 기준을 따를 것인지 말 것인지는 개개인의 판단인데, 난 그 기준을 전부 따르는 것은 체력적으로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최소한 '액션' 정도는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게 요즘 세상 남편이(최소한 내가) 살아남는 법이다. 

페미니즘이 별게 아니다. 아무리 직장일이 피곤하고 그래도 집에 와서 피곤한 아내를 생각해서 설거지나 방청소, 아기 목욕 등을 시키는 것. 그게 페미니즘 아니겠는가. 밖에서는 강한 남자, 집에서는 약한 남자가 멋진 남자.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