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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학

The Divided Self 서문에서 발췌

by 오송인 2018.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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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iatry could be, and some psychiatrists are, on the side of transcendence, of genuine freedom, and of true human growth. But psychiatry can so easily be a technique of brainwashing, of inducing behaviour that is adjusted, by (preferably) non-injurious torture. In the best places, where straitjackets are abolished, doors are unlocked, leucotomies largely forgone, these can be replaced by more subtle lobotomies and tranquillizers that place the bars of Bedlam and the locked doors inside the patient. Thus I would wish to emphasize that our 'normal' 'adjusted' state is too often the abdication of ecstasy, the betrayal of our true potentialities, that many of us are only too successful in acquiring a false self to adapt to false realities. - 1964년 개정판 서문 중, 강조는 제가함. -


The Divided Self는 분열성 성격이나 정신분열병을 지닌 사람을 뇌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닌 다양한 감정을 지닌 한 인간으로 보려는 시도를 했던 영국 정신과 의사 R. D. Laing의 책입니다. 이 책은 Laing이 28살일 때 초판본이 나왔다고 합니다.


'정상인'과 '비정상인'을 구별하는 기준에는 사회문화적인 요소가 상당히 강하게 작용하죠. 동성애가 병리로 간주되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되죠. 여러 권력과 이권 등이 작용하여 정상인과 비정상인을 나누는 기준이 설정되게 마련입니다. 이 기준은 객관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결코 객관적인 것이 아니죠. 


증상을 가라앉히려면 환자가 정상인지 아닌지 어떤 기준에 의거해 판단해야 합니다. 판단을 한 이후 세부적으로 어디가 얼마나 정상이 아닌지를 감별해야 하고, 이런 과정을 통해 도출된 잠정 진단이 환자의 증상을 가라앉히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진단을 통해 환자의 삶은 사라지고 증상과 진단만 남게 되기 쉽습니다. Laing은 이런 부분을 반세기도 전에 지적했던 사람이고,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기준 및 당시의 정신과적 치료 과정 자체에 의문을 품으며 정신질환에 대한 당시 의학적 모델에 반기를 들었던 사람입니다. 


당시 정신의학 수준이라고 하면 정신과 환자에게 쉽게 구속복을 입힐 수 있고 정신치료한다면서 효과가 제대로 입증되지 않은 전기충격요법을 실시하던 그런 시절 아닐까 합니다. 정신질환을 뇌의 문제로 치부하며 쉽게 뇌에 칼을 들이대던 무서운 시대죠(뇌엽절제술).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라는 소설에 당시 상황이 묘사돼 있습니다. 극적인 면도 있겠으나 어느 정도 정신치료에 대한 당시 대중의 인식을 반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죠. 당시는 클로르프로마진과 같은 항정신병약의 개발 초기이기도 합니다. 저자가 non-injurious torture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 정신치료에서 인권을 논하기가 매우 어려운 시절이었을 것임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Laing은 당시 정신의학적 '치료'에 대한 날선 비판과 함께 anti-정신의학적 태도를 표방하며 결국 영국 의사협회에서 제명당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팩트체크가 필요한 부분이긴 합니다). 


반정신의학적 태도에서 인간의 보편성에 대한 Laing의 질문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발췌하지는 않았지만 서문에 그 질문이 나와 있는데요. 우리가 미쳤다고 하는 사람도 실상 정상일 수 있고, 우리가 정상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미친 사람일 수 있다는 것이죠. 비정상성을 누구나 지니고 있고, 질적으로 정상 비정상이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연속선상에서 봐야 한다는 입장과도 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저자에게 중요한 것은 정상이냐 비정상이냐가 아니라 우리가 true self로서 true reality에 살고 있는지 여부 아닐까 합니다. 사실 저자가 true self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 표현을 쓴다 한들 'true'가 무엇일지 책을 다 읽어봐야 알 것 같습니다. 


저자는 이 책이 실존철학을 직접적으로 적용한 연구가 아님을 강조하지만, 키에르케고르나 야스퍼스, 하이데거 같은 실존철학자들과 맞닿는 지점이 있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부제가 An Existential Study in Sanity and Madness인데요, 저자가 실존(Existential)에 대해 어떤 식으로 개념화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false self와 false reality의 대척점으로서의 'true'를 이해하고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틀을 넘어서는 대안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서문만 읽고 더 안 읽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마는 심리치료와 관련하여 제가 늘 생각하는 화두와 맞닿아 있는바 조금 더 읽어볼 것 같습니다. Laing은 여기저기서 많이 인용되는 치료자인지라, 책의 내용이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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