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루하루/여행

마카오(2018.12.02-12.05) part 1

by 오송인 2018. 12. 10.
반응형

18개월 아기와 함께 극한 체험을 하고 왔다. 출발 전부터 딸이 열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상태라 안절부절했는데 결국 마카오 가서 열은 없었지만 구내염이 도졌다. 엄마가 제일 고생하고 아빠도.. 


요즘에 이직해야 되나 싶을 정도로 원장이 검사를 많이 내고 있고(5일 동안 풀 네 개 정도), 토요일 상담 3~4사례를 9개월 동안 지속하는 것도 알게 모르게 힘에 부쳤던 것 같다. 소진되기 딱 좋은 이런 상황에서 여행 스케줄 짜는 것도 좀 일이었다. 아기가 있다 보니 고려해야 할 것이 더 많아져서 없는 시간 짜내 틈틈이 여행을 준비했다.


출발하는 날 새벽 네 시에 일어나서 한 시간 반 동안 최종적으로 스케줄을 수정하고 인천국제공항을 향했다. 와이프는 짐 싸느라 한숨도 못 잤다고 한다. 


딸이 예민하고 겁 많은 편이라 낯선 상황에서는 유모차에 타지 않으려 한다. 엄마나 아빠가 안아줘야 하는데, 공항에서 한 손에는 아이를 안고 다른 손으로는 유모차를 밀며 움직일 때부터 여행이고 뭐고 집에서 그냥 쉬고 싶었다.


모스버거에서 한우가 들어간 햄버거로 마음을 달래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네 시간 비행이었는데 딸이 한 시간 정도 자줘서 그나마 좀 수월하게 갔다. 뽀로로 스티커도 한몫했다.


마카오는 입국 수속이 까다롭지 않아서 그냥 쉽게 통과했다. 예약해둔 스튜디오시티 호텔 버스가 공항 근처에서 대기 중이었고 버스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스튜디오 시티 호텔은 정말 으리으리했는데, 좀 격이 없다는 느낌도 있었다. 돈으로 처바른 것 같은 인상이었달까. 스튜디오 시티 호텔뿐만 아니라 4~5성급 호텔이 즐비한 코타이 빌리지는 '나 돈 많아!'라고 외치는 천박한 졸부에 가까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처음부터 이런 느낌은 아니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지금 그 때를 회상하면 그렇다.



나름 배트맨과 고담시티를 모티프로 한 점은 스튜디오 시티 호텔의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배가 고프고 주변도 돌아볼 겸 짐을 풀고 바로 옆에 붙어 있는 파리지앵 호텔로 갔다. 


가는데 왠 길거리 담배빵이 그리 많은지.. 담배빵 많다는 것은 글로 접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당해 보니.. 하.. 


마카오라는 도시의 이미지를 저렴하고 불쾌하게 만드는데 일조한 요인이다. 한국에도 길거리 담배빵하는 몰지각하고 자기중심적인 인간들이 꽤 있는데, 아기가 없을 때는 별 신경이 안 쓰였는데 지금은 그런 사람들 볼 때마다 뒷통수를 있는 힘껏 때리는 상상을 한다.  


암튼 미리 검색해 둔 파리지앵 5층 푸드코트에서 페퍼런치로 달려갔다.


너무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 몰라도 이 때 먹은 페퍼런치 스테이크가 마카오에서 먹었던 모든 음식 가운데 베스트였다. 페퍼런치에 푹 빠져서 브로드웨이 푸드스트릿에 있는 페퍼런치에서도 한 번 먹고, 마카오 출국하기 직전에 공항에서도 한 번 더 먹었다. 페퍼런치 너무 좋은데 한국에는 송도 말고는 없는 것 같다.



폭풍흡입 후에 쉐라톤 호텔에 있다는 전자레인지를 찾으러 갔다. 마카오에서 스트레서가 됐던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한 가지가 전자레인지이다. 마카오에는 아기가 먹을 만한 것이 없다. 그래서 죽이라든지 햇반을 데울 수 있는 전자레인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그 넓은 코타이 빌리지를 통틀어 누구나 쓸 수 있는 전자레인지 있는 곳이 쉐라톤 호텔 패밀리룸 딱 한 곳 뿐이다. 스튜디오시티 호텔에서 쉐라톤 호텔 패밀리룸까지 도보로 30분은 걸리는데, 대체 마카오에 24개월 미만 아기 데려오는 부부들은 어떻게 아기 음식을 충당하는지 미스테리다. 


패밀리룸 위치도 좀 애매한데, 쉐라톤 호텔 2층 earth tower 쪽으로 가야 한다. 키즈카페 같은 곳이 보이면 제대로 온 것이다. 우리가 참고했던 블로거도 좀 헤맸다고 하고 우리도 헤맸다.



쉐라톤 쪽에서 본 파리지앵의 에펠탑. 영혼 없는 도시의 야경.



다시 스튜디오시티 호텔로 돌아와서 고메워크(푸드코트)에 있는 Dai Pai Dong에서 면 종류 하나와 현지 야채류 음식 하나를 시켜서 먹었는데 이것도 입맛에 잘 맞았다. 호텔이 정말 크다 보니 고메워크 찾는 것도 쉽진 않았다. 빡빡한 일정에 지친 아이는 호텔 벤치에서 엄마 품에 안겨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으려 했다. 고난의 서막. 


이 날 침대에 누웠는데 '여보 너무 힘들다.' 뭐라뭐라 중얼거리다가 잠에 들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