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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여행

마카오(2018.12.02-12.05) part 3

by 오송인 2018.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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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에서의 셋째날이 밝았다. 스튜디오시티 호텔을 떠나 JW 메리엇으로 걸어가는 도중 본 JW 메리엇 호텔의 위용. 코타이빌리지는 호텔을 조금만 벗어나면 여전히 이렇게 공사 중인 곳이 많다. 


도보로 15~20분 정도인데 스튜디오시티에서 갤럭시 호텔로 가는 셔틀은 있지만 JW 메리엇으로 가는 게 없고, 갤럭시에서 메리엇으로 가려면 또 좀 걸어야 했다. 메리엇까지 택시 타고 가기에는 애매해서 구글맵 켜고 딸 유모차에 태우고 걸었다. 마카오에서 택시는 끝내 이용하지 않았다. 

 


이 호텔 첫인상이 좋다. 일단 이상한 향수 냄새가 안 나고, 프론트데스크 남자 직원이 정말 친절함의 끝판왕이다. 세심하고, 우리가 미처 신경쓰지 못 한 부분까지 챙겨주려고 애쓰는 게 느껴졌다. 5성급 호텔은 시설도 좋고 친절함에서도 남다르구나 생각했다. 


룸에 들어와서 본 전경이다. 스튜디오시티 호텔은 파리지앵 호텔로 인해 시야가 많이 가려져서 답답한 면이 있었는데 여긴 천국이다. 저기 내려다 보이는 유수풀이나 수영장, 모래사장 등은 여러 호텔이 같이 쓰는 것이라 한다. 갤럭시 호텔과 JW 메리엇 등이 다 같은 기업의 계열인 듯함.



전망도 탁 틔어 있고 룸도 넓고 단아한 느낌이다. 아주 맘에 듦.



욕조도 있고 샤워실 따로 화장실 따로 돼 있다. 욕조에 몸 좀 담궈볼까 했는데 이 날부터 아이 컨디션이 급속도로 좋지 않아져 못 했다.



짐을 풀고 리스보아 호텔 The Eight 레스토랑에 점심 먹으러 가는 길. 어제에 이어 두 번째로 보는 다리. 이 다리를 넘어야 마카오 반도가 나온다.

 



이렇게 보니 대형 금붕어가 떠다니는 것 같은 느낌..



메뉴판이 정말 깨알같고 책처럼 두껍다. 가실 분들은 메뉴를 미리 골라 놓거나 나처럼 블로그 사진 보여주면서 주문하는 것을 추천함. 사진만 보여줘도 뭐가 뭐인지 다 알더라. 



직원이 음식 하나 놓고 갈 때마다 일일이 설명해 주는데, 리스닝 전혀 안 되니 빨리 가주시기를 바랄 수밖에..




모양들이 하나같이 이렇게 귀욤귀욤하다.


제일 맛있었던 돼지껍데기 비슷한 무엇. 바삭바삭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805에 140원 정도 곱하면 우리 돈으로 얼마인지 가늠할 수 있다. 미슐랭 3스타가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지만 음식이나 서비스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아기 데려온 부모는 에티켓에 주의하라며 명함크기의 카드 같은 것을 줄 때부터 여긴 다시 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꽤 격식 차리는 조용한 분위기라 아기를 데려가기 좋은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딸이 답답한지 물을 엎지르기도 하고 산만한 모습을 보여서 맛을 느낄 겨를이 없이 금방 철수했다.

 



리스보아 호텔 1층의 일부 모습.


이후 구글맵에서 가르쳐준 대로 25번 버스를 탔는데 우리 숙소 쪽으로 가지 않고 시티오브드림 쪽으로 가서 거기서 버스를 내렸다. 한낮의 열기가 상당했는데, 택시를 타자는 나의 의견을 와이프가 받아들이지 않아서 베네시안 호텔을 가로질러서 한참 걸어 숙소 도착했다. 딸이 유모차를 안 타서 내 품에 안겨 있었는데 그 상태로 잠이 들어서 낑낑거리며 움직였다. 베네시안 호텔 내부도 좀 미로 같아서 반대편 출구로 나오기까지 헤맸다. 와이프에게 짜증도 내고 그런 가운데 블로그 사진으로 많이 봤던 베네시안 호텔의 곤돌라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고.. 


룸으로 돌아와서 좀 쉬는데, 딸이 아기침대 모서리에 입술을 다치기도 하고, 힘들고 속상하기도 하고 해서 물놀이를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했는데 결국 유수풀로 내려갔다.


오후 4시 좀 지난 시간이라 물이 살짝 춥게 느껴지기도 하는 그런 온도였고, 딸도 물에 들어가려 하지 않아서 나 혼자 튜브 타고 유수풀 체험의 시간을..;


11월 중순 정도만 돼도 신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수온이 아닐까 싶었다. 11월 말까지도 오후 3시 이전이라면 괜찮을 것 같은데, 12월 초부터는 아기들이 물놀이 하기에는 좀 무리 아닐지.. 가실 분들 참고하시길.   


피곤했는지 아이가 잠에 곯아 떨어졌고 브로드웨이 푸드스트릿까지 15분 정도 걸어가서 페퍼런치 스테이크를 가져왔다. 와이프와 흡입하며 전쟁 같은 셋째날도 마무리.


다음날 일어났는데 기분이 영 별로였다. 애초에 가려고 했던 일본 온천 생각도 나고.. 이번 여행은 운이 좀 안 따라주는구나 돈 아깝다 빨리 집에 가고 싶다 아기랑 해외여행은 무리구나 뭐 이런 생각들이..


부정적인 감정이 와이프에게 고스란히 전달이 됐는지 와이프도 평소와 다르게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반응이 시큰둥하다.


원래 이 날 점심을 Ji yat heen 레스토랑에서 먹으려 했는데 아이 컨디션도 최악이라 취소하고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서 구내염이나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아이의 통곡이 그치질 않았다. 공항이 떠나갈 정도로 땅바닥을 치며 삼십분 넘게 대성통곡. 


상담사이자 부모라는 본분이 무색하게 나는 번아웃 & 멘붕에 빠졌다. 그나마 와이프가 정신을 차리고 딸을 캐어했다.  


기내에 들어와서 다소 진정이 되는 듯싶다가 착륙 한 시간 정도 남겨두고 또 눈물바다..


지난 주 수요일 저녁에 집에 왔는데 구내염이 3~4일은 더 갔다. 지금은 열은 없는데 기침 & 콧물 감기가 다소 지속되는 중이다.


겁 많고 예민한 아이 성향을 고려했어야 했는데, 너무 우리 위주로 스케줄을 짠 것은 아닌가 싶어진다. 돌아와서 아이에게 미안한 맘이 들어서 평소와는 다르게 며칠 좀 더 잘해줬더니 딸도 마음이 풀려서 나한테 다시 앵기기 시작한다.


와이프와 당분간 국제여행은 하지 않기로 얘기가 됐다. 가더라도 제주도 정도 가는 것으로.


언제 또 가게 될지 모르겠지만, 시행착오를 겪었으니 다음에는 조금 더 모두가 행복한 여행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첫 번째 가족 해외 여행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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