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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학/상담 및 심리치료

공개사례발표 축어록 푸는 중

by 오송인 2019.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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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사례발표가 다음 주 토요일인데, 다음 주 수요일에 상담 개인 수퍼비전도 하나 잡혀 있어서 미리 공사발 축어록을 풀고 있다.


공사발 발표료가 최저 20만 원에서 최고 30만 원대로 형성이 돼 있는데, 굳이 이 돈을 써가며 상담심리사 자격을 따야 하나? 라는 생각이 안 드는 게 아니다.


임상심리전문가로서 굳이.. 30만 원이면 개인 상담 수퍼비전 비용을 8만 원으로 잡아도 네 번 정도를 받을 수 있다.


상식선에서 생각을 해봐도 공개사례발표 한 번 하느니 개인 수비 네 번 받는 게 수지타산이 맞는 장사지만(공사발이라고 해서 개인 수비 때랑 특별히 다를 건 없다. 수퍼바이저가 두 명이라는 것과 좀 더 격식을 갖춘 자리라는 것 정도..), 


뭐든 시작을 하면 매듭을 짓는 게 중요하다는 합리의 외양을 띤 비합리적인 신념 때문에 '그래.. 이왕 시작했는데 상담심리사 2급은 취득하고 끝내더라도 끝내자'는 혼잣말을 되뇐다. 심리치료 능력 함양이라는 본래 목적이 자격 취득에 전도된 느낌이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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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하면서 자기점검과 비판의 시간이 많아진 것은 상담자로서 성장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과정임에도 고된 게 사실이다. 매우 괴롭고, 비판하고 있는 자신의 마음 상태를 다시 한 번 메타인지(마음챙김) 해야 한다는 것은 상당한 인지적 부하가 걸리는 피곤한 작업이 아닐 수 없다. 이 직업의 고충이라면 고충이다. 


다만, 단 한 번의 심리평가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내담자의 디테일을 알 수 있다는 것이 큰 보상이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같은 형편없는 심리평가 보고서를 쓰게 되는 때가 여전히 있지만, 상담 경력이 쌓이다 보면 디테일에 강해져서 지금보다는 조금 더 개인 특화된 심리상태 평가와 치료 제언을 할 수 있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아직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 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상담을 한다고는 하는데 내가 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싶은 순간들이 아주.. 매우 많다. 


그렇다 해도 잃어버렸던 내담자 삶의 퍼즐들을 하나씩 줍줍해 가면서 앞으로 완성될 전체 퍼즐의 형태를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다.


내담자를 공감하는 능력에서 다른 상담자보다 뒤처진다고 느끼지만, 이런 호기심은 장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다른 상담자들도 다 지닌 자질이라 장점이라고 볼 수 없나 싶기도 하고.. 뭐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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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축어록인데다 내담자 성량이 기본적으로 작고 말끝을 흐리는 경향이 있어서 말을 알아듣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저녁 먹고 다시 사무실 들어와서 7시 반부터 풀기 시작했는데 네 시간 반 걸렸다. 발화량이 많지는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공사발 발표 동의해 준 내담자, 이미 개인 수비를 두 번 받았고 이번 발표까지 포함하면 세 번인데, 이런 노력이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닿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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