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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학/상담 및 심리치료

애착 유형의 이해

by 오송인 2019.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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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splash-logoDimitri de Vries



존 볼비와 메리 애인스워스, 해리 할로우 등의 애착 연구는 후대 임상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이전까지의 양육은 부모와 자녀의 분리된 생활과 엄격한 규율에 기반한 훈육을 강조했고 정서적인 친밀감은 덜 강조했습니다. 의식주 같은 기본적인 욕구만 충족시켜주면 된다고 보았죠. 애착 연구 이후로는 부모와 자녀가 정서적으로 친밀한 상호작용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한 개인의 건강한 심리적 발달에서 핵심적이라는 쪽으로 인식이 바뀌게 됩니다.


이와 발맞추어 이드-자아-초자아라는 프로이트 심리학으로부터 부모-자녀 상호작용에 방점을 두는 관계 중심의 심리학(대상관계, 자기심리학을 비롯한 대인관계적 접근)이 일종의 대세 심리학이 되고 그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같은 이론에도 관계적인 요소가 있긴 하지만, 픽션에 가까운 이런 이론보단 실제 관계에 초점을 둔 이론과 치료적 개입 방법이 보다 널리 통용되고 있습니다.


일련의 애착 연구의 결과로서 정립된 애착이론은 현실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해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문화나 인종을 초월하여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백인이든 인디언이든 아프리칸이든 부모-자녀의 초기 관계 양상을 아래와 같은 사분면의 어느 한 지점에 위치시킬 수 있습니다. 물론 애착 유형은 시간에 따라 변화할 수 있고 상황에 따라서도 가변성을 지닙니다. 하지만 대체로 생애 초기에 형성된 애착 유형이 성인기 내내 지속되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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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및 심리치료 대인과정 접근 6판 269쪽을 보고 직접 그렸습니다.;


위 그림을 보시면 세로축은 회피 고저, 가로축은 불안 고저입니다. 회피와 불안을 통해 애착 유형을 설명하니 더 이해가 잘 되네요. 각각의 유형에 대한 설명과 상담 장면에서 나타나는 관계 양상에 관해 위에 언급한 책을 참고하여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안정애착유형(Secure attachment style)


놀이치료하는 심리학자 로렌스 J 코헨이 애착에 관해 설명한 것이 이해하기 쉽습니다. 그는 컵 채우기 비유로 애착을 설명합니다.


일차적인 양육자는 아이에게 저수지와 같이 물의 순환이 시작되고 귀결되는 곳이다. 아이가 양육자와 애착을 형성하고자 할 때는 배가 고프거나 피곤하거나 외롭거나 상처를 받아 컵이 텅 비어버린 때와 같다. 이 컵은 사랑을 받고 먹을 것을 받고 위로를 받고 양육을 받아야 다시 채워진다. 양육자가 컵을 다시 채워주기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먹을 것과 온기, 사랑을 담은 신체적 접촉 외에, 기분이 상한 아이 달래주기, 아이와 함께 놀아주기, 이야기 나누기 등이 있다. 아기는 자라면서 점점 멀리 탐험을 떠나지만 꾸준히 컵이 채워진 아이들은 든든한 안정감을 지니고 있다. 즉, 안정적인 애착이 형성된 것이다. - 아이와 통하는 부모는 노는 방법이 다르다, 77쪽.


성인기 안정애착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안정애착유형은 자기효능감, 즉 노력을 통해 스스로가 정한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습니다. 또한 스스로가 돌봄 받을 가치가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에서 어려움이나 갈등을 경험하지 않습니다. 주체적, 독립적이면서도 다른 사람과의 유대감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말이죠. 이런 특성을 지녔기 때문에 심한 스트레스나 갈등 상황에서도 현실을 부인하거나 자기 욕구 및 감정을 회피하지 않으면서 유연하게 스트레스를 다룰 수 있는 힘을 보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소개할 두 애착유형은 대인과정접근을 쓴 Teyber에 따르면 비활성화 전략과 활성화 전략으로 개념화될 수 있습니다. 각각 거부형과 몰두형(혹은 배척형과 집착형)입니다. dismissive와 preoccupied에 대한 번역이 교재마다 좀 다른데 저는 Teyber 책의 번역에 따라 거부형과 몰두형으로 쓰겠습니다.


거부애착유형(Dismissive attachment style)


비활성화 전략을 사용하는 유형입니다. 비활성화 전략이란..


보통 타인에 대해 부정적인 모델을 갖고 있는 개인에 의해 사용된다-그들은 위험하고 믿을 수 없는 인물로 보여진다. 이런 인식의 결과는 타인과 친밀감을 추구하는 것이 쓸데없으며, 정서적으로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욕구를 가지는 것을 최소화하거나 부정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 상담 및 심리치료 대인과정 접근, 270쪽.


컵채우기 비유로 돌아가 보면, 거부애착유형의 성인은 컵에 물이 조금밖에 남지 않아 이를 쏟아버릴까 두려운 나머지 컵뚜껑을 닫아버리는 경우입니다. 컵뚜껑을 닫아버리게 되는 데는 타인에 대한 불신이 존재합니다. 내가 어떤 욕구나 감정을 드러냈을 때 그게 타인에게 수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개인사가 있다는 것이죠. 거부애착유형은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적절히 의존하지 못 하고 '독립'에만 중점을 둡니다. 유능감, 독립심, 자족 이런 가치들이 중시되기 쉽고, 유대감, 친밀감 등 상호작용에 연관되는 가치들은 소홀해지기 쉽습니다.


이런 까닭에 거부애착유형을 지닌 성인 내담자는 상담에 자발적으로 오기가 어렵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는 것을 싫어하고 자기문제는 자기가 해결해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상담도 관계를 통해 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라 이런 밀접한 치료적 관계를 맺어 나가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불안이 커지기 쉽습니다.


상담에 오더라도 비자발적으로, 예를 들면 상담 받지 않으면 이혼하겠다고 선언한 배우자 때문에 오게 될 수 있고, 상담에 와서도 먼저 말을 꺼내는 데 어려움을 보이거나 감정 표현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진솔하게 자기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 어렵습니다.


거부애착 유형의 내담자들은 높은 회피(즉, 내담자는 자신의 정서적 욕구에 대해서 회피하려 하고, 다른 사람들로부터의 도움 추구도 회피한다)와, 그리고 낮은 불안(실제 문제에 직면했을 때, 공공연한 불안이나 걱정을 나타내지 않는다)을 나타낸다. - 상담 및 심리치료 대인과정 접근, 271쪽.



몰두애착유형(Preoccupied attachment style)


사실 컵에 물이 얼마나 담겨 있느냐 하는 것은 주관적인 해석입니다. 물이 조금 담겨 있어도 누군가에게는 많게 느껴질 수 있고 반대로 물이 많이 담겨 있어도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적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몰두애착유형은 후자에 가까워서 물이 가득 차 있지 않으면 불안해 합니다. 그래서 컵을 가득 채우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접근'하는 경향을 보이기 쉽습니다. 거부애착유형과 달리 끊임없이 타인과의 밀접한 관계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활성화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낮은 애착 회피를 보이지만 애착 불안이 높습니다. 즉, 자신을 좋게 느끼지 못 하기 때문에 타인의 사랑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 합니다. 스스로가 그런 사랑과 돌봄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끼지 못 하는 것이죠. 그래서 사랑을 받아도 받아도 늘 허기집니다. 일상적인 예로, 연인이 바로 답장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지기 쉽죠. 연락이 평소보다 조금 적어져도 쉽게 불안해집니다. 마음 속에 자기 위로나 자족적인 즐거움 추구를 가능케 하는 공간이 없고, 늘 타인이 나를 얼마나 신경쓰는지에 몰두하기 때문에, 스스로가 통제하기 어려운 외적 요인들에 몰두하기 때문에 사소한 일에도 감정적으로 취약해지기 쉽습니다.


몰두애착유형은 상담 장면에서 매력적으로 보이기 쉽습니다. 거부애착유형보다 자기 개방, 특히 감정 표현에 능하기 쉽고, 타인에게 의존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 적극적으로 상담자의 도움을 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욕구나 표면적 감정의 기저에 있는 핵심 감정에 초점 맞추는 것을 어려워한다는 점에서 거부애착유형과 비슷합니다. 저 사람이 내게 관심과 사랑을 줄지 안 줄지, 나를 떠나버리면 어쩌나 과도하게 염려하기 때문에 자신을 들여다 볼 여유가 없습니다. 상담자가 이런 내담자 특성을 파악하지 못 하고 의존욕구를 충족시키거나 안심시키려 하다 보면 좌절감, 무력감을 느끼며 소진되기 쉽습니다. 채워도 채워도 더 달라고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확실히 이런 내담자는 초보 상담자에게 쉽게 좌절감과 무력감을 느끼게 한다. - 상담 및 심리치료 대인과정 접근, 273쪽.


공포애착유형(Fearful attachment style)


대인과정 접근에서 '걱정'으로 번역했는데 걱정이라기보다 공포에 가깝습니다. 거절과 버려짐에 대한 이슈가 있다는 점에서 몰두애착유형과 비슷하지만 공포애착유형은 그 수준이 극심합니다. 더욱이 거부애착유형이나 몰두애착유형처럼 일관된 관계 양상을 보이지 못 합니다. 이 두 유형은 적어도 예상되는 행동 패턴, 대처 양식이 있습니다. 공포애착유형은 일관된 방어구조나 대처 양식이 없습니다. 


"아저씨 미워. ... 다시는 우리 집에 오지 마. ... 아저씨 날마다 오면 안 돼요? ... 나 아저씨 딸 하면 안 돼요? ... 아저씨 지금 갈 거면 다시는 우리집에 오지 마." - 아이와 통하는 부모는 노는 방법이 다르다, 274쪽. <-- 저자가 치료했던 어떤 여자아이의 반응을 옮겨옴.


일관성을 지니기 어려운 성격 구조에서는 다양한 증상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들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고 이들 스스로도 자신의 모순된 감정이나 행동으로 인해 고통 받기 쉽습니다. 그런 고통이 해리, 자해, 자살시도, 알코올 중독, 편집증, 망상 등의 증상으로 발현되기도 합니다.


공포애착유형은 영유아기나 아동기, 청소년기의 방임, 신체적 및 정서적 학대, 심각한 신체적 질병이나 심리적 외상 등과 밀접한 관련을 갖습니다. 컵 비유로 돌아가면, 이들의 컵은 금이 가거나 일부가 깨진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는 것이죠.


아이들은 컵을 다시 채우기 위해 우리에게 왔는데 우리가 컵을 내동댕이쳐서 상처와 배신감을 안겨준 꼴이다. 학대나 방치로 아이의 컵에 금이 가면 배신감이 훨씬 깊어진다. 금이 크게 간 컵은 다시 채우기가 힘들어진다. (중략) 컵이 다시 채워지지 않은 아이들은 텅 비어 있는 상태에 너무도 익숙해져 실제로도 텅 비어 보인다. - 아이와 통하는 부모는 노는 방법이 다르다, 81쪽.


공포애착유형은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고 싶어도 컵이 내동댕이쳐질까봐 다가갈 수가 없고 그렇다고 거부애착유형처럼 확실하게 관계를 피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학대를 일삼았던 부모라 하더라도 어느 순간에는 욕구를 충족시켜주었을 테니까요. 잠깐 얘기를 샛길로 빠뜨리면, 100% '악'인 부모는 없습니다. 모든 부모는 그것이 남 보기에 매우 부적절한 방식이라 하더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양육을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공포애착유형을 갖게 된 사람의 부모도 마찬가지죠. 가뭄에 콩나듯 간헐적으로 주어졌던 부모의 보상이라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다시 원래 얘기로 돌아와서, 공포애착 유형이 이렇듯 접근-회피 갈등 양상으로 특징지어지는바 상담에서 상담자 역시 혼란감을 느끼기 쉽습니다. 내담자의 감정이나 행동이 오락가락하면 상담자도 그에 영향을 받습니다. 명확한 한계 설정과 내담자-상담자 모두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상담의 중요한 목표가 되며, 변증법적 행동치료 등에서 세부적인 개입 지침을 배울 수 있습니다.


덧. 애착유형의 이름은 보통 안정된 애착(secure attachment), 회피적 애착(avoidant attachment), 불안/양가적 애착(anxious/ambivalent), 불안정/혼란된 애착(insecure/disorganized)으로 구분할 때가 많습니다. 내용은 동일합니다.


애착유형별 개입 방법은 애착과 심리치료 4부에 매우 자세히 나와 있으니 참고하세요. 저도 읽어 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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