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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서평

정신분석적 진단(1판) / 낸시 맥윌리엄스

by 오송인 2019.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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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3독을 마쳤습니다. 책읽기를 5월5일부터 시작했으니 3달 정도 걸렸네요.

 

정신분석적 진단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이 책이 꼭 정신분석에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론통합적이라고 봐야 할 것 같은데요. 임상적으로 어떤 이론적 지향을 가졌든 간에 이 책에서 환자 치료에 필요한 다양한 개념적 틀을 얻어갈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이 책의 큰 장점은 전공서이지만 비전공자가 읽어도 이해가 될 정도로 쉽게 씌어졌다는 것입니다. 낸시의 치료 경험과 부모로서의 아이 양육 경험(세 아이의 엄마죠), 수퍼바이저로서의 교육 경험, 연구자로서의 연구 경험, 저자로서의 집필 경험 등이 풍부하게 녹아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책의 초반부에 자아심리학에서 대상관계, 자기심리학적 접근에 이르는 역사적 흐름을 짚어주기 때문에 '정신분석적'이란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소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정신분석이 개인 내 심리학에서 대인관계적 심리학으로 넘어오면서, 이해하기 쉽고 치료적으로도 적용하기 쉬운 개념틀을 갖게 됩니다. 이런 부분을 통합적으로 간명하게 짚어줄 수 있다는 것이 낸시 맥윌리엄스 글쓰기의 장점 중 하나입니다.

 

또한 이 책은 증상을 발현시키는 토양이라 할 수 있는 성격을 어떤 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지에 대한 프레임을 제시합니다. 즉, 성격을 신경증-경계선-정신병으로 나누어 각각의 특성과 관계에 관해 서술하는 부분이 제가 생각하는 이 책의 꽃입니다. 어떤 것에 대해 배우기 위해서는 일단 개념적 큰 틀을 잡고 그 틀 안에서 가지치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의 구성이 딱 그렇습니다. 이어지는 9개 챕터에서 각각의 성격장애가 설명되는데 같은 성격장애라 하더라도 성격구조가 어느 수준에 위치해 있는지에 따라 표면적으로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음을 배웠습니다(예. 정신병 수준의 연극성 성격은 연극성 성격장애처럼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사회성, 자기애성, 분열성, 편집성, 우울성, 피학성, 강박성, 연극성, 해리성 성격에 관한 설명은 각각 1) 추동/정동/기질, 2) 방어, 3) 대인관계 기능, 4) 자기상, 5) 전이-역전이 양상, 6) 치료적 함의, 7) 감별진단 순으로 돼 있습니다. 사실 심리평가 보고서 성격 평가 부분에 들어가야 하는 핵심 요소들이 이렇습니다. 한 사람의 성격은 이 7가지 내용에 관한 질문을 통해 이해될 수 있고, 이 내용들을 그 사람에 대한 하나의 이야기로 통합시키는 과정이 심리평가 보고서 작성 과정입니다. 성격 구조의 발달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그것이 어떤 식으로 증상을 야기하는지에 대한 가설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부분이 성격에 관한 9개 챕터에서 세부적으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성격 양상은 모두 다르겠지만 주요 성격의 핵심 및 다른 성격과의 관계를 이해하고 있다면 성격을 평가하고 진단을 내리는 데 큰 도움이 될 수밖에 없고, 이 책이 제공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이해입니다.

 

세 번을 읽었지만 아직 제대로 이해했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아서 나중에 2판으로 또 읽어볼 생각입니다. 제가 읽은 건 94년에 나온 1판의 번역본이고, 작년에 2011년에 출간된 2판의 번역서가 나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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