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들었던 팟캐스트 에피소드입니다.
이 에피소드에서 인터뷰이로 등장하는 교수의 논문을 한 편 읽어 봤습니다.
좋은 습관은 처음에 형성하는 것이 어려워서 그렇지 나쁜 습관과 마찬가지로 한 번 형성해 놓으면 그 다음부터는 자동주행 자동차처럼 알아서 움직입니다. 자기조절에 필요한 자원을 거의 동원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심지어 위 논문은 팝콘을 좋아하는 정도, 팝콘의 맛, 배고픈 정도가 영화 상영 전 광고가 나올 때 팝콘을 먹는 습관에 거의 영향을 못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광고 나올 때 팝콘 먹는 습관이 자동화돼 있기 때문에 팝콘맛이나 배고픔 같은 동기 수준이 팝콘 소비량에 영향을 못 미쳤다는 것이죠.
좋은 습관의 자동주행이라면 반길 만하지만, 팝콘이나 콜라는 어떤 이들에게는 좋지 않은 음식 좋지 않은 습관에 해당하는바 행동 개선이 요구될 수 있습니다.
이 논문에서는 실험을 통해 개선 가능성을 높이는 두 요인을 식별해냅니다. 우세 손이 아닌 손(오른손잡이라면 왼손)으로 먹게 하거나 영화관이 아닌 미팅룸에서 먹게 했더니 배고픔과 팝콘의 맛이 팝콘 소비량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새로운 맥락에 처해 습관적인 반응을 억제할 수 있는 인지적 노력이 가동됨으로써 이러한 결과가 가능해진 것일 수 있습니다. 환경 변화로 인해 습관화된 반응에서 벗어나 마음챙김 먹기(mindful eating)가 가능해진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이 연구가 시사하듯이, 좋지 않은 습관을 없애려면 그 습관이 자주 발생하는 맥락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그 환경에서 벗어나는게 제일 좋겠지만 그런 일이 대체로 가능하지 않다면 우세하지 않은 손으로 팝콘을 먹게 했듯이 그 행위에 들어가는 인지적 노력을 많아지게 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업무 중에 핸드폰을 보고 싶지 않다면 눈에 보이지 않고 꺼내기도 힘든 어떤 곳에 넣어두면 됩니다.
반대로 좋은 습관을 지속하려면 그 행동이 수행될 수밖에 없는 환경적 단서들을 많이 심어놔야 합니다. 즉, 어떤 행동 후에는 어떤 행동을 하겠다는 실행의도를 심어놓음으로써 좋은 습관에 들어가는 노력을 최소한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영화관에 가면 팝콘과 콜라를 사서 상영 전에 먹는다 라는 게 실행의도죠.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하지만 나중에는 자동화돼서 이 연구에서처럼 팝콘이 맛이 있든 없든 배고 고프든 고프지 않든 생각보다 행동이 먼저 나갑니다. 습관이 되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좋은 습관 형성에 응용합니다.
처음에 실행의도를 심을 때도 가급적이면 가랑비에 옷 젖듯이 스무스하게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그래서 '하루 5분' 정도로 새로운 습관 형성을 시작하라는 말들이 많죠. 이 정도면 일상 스케줄에 거의 영향을 안 미치고, 수행도 쉽고, 날마다 수행을 실천함으로써 얻는 만족감도 들이는 노력에 비해 크죠.
자동화된 좋은 습관이 많은 삶이 제가 생각하는 좋은 인생입니다. 나쁜 습관은 마음챙김하고 좋은 습관은 자동화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댓글